1·2단계 세종 이전 기관의 공무원은 각각 2년, 1년 동안의 힘겨운 적응기를 거쳤다. 직급·연령·나이에 따라 세종 생활의 만족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아직 힘든 게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자녀의 나이가 어려 가족이 함께 세종이나 대전, 조치원 등으로 이사를 온 30~40대의 공무원은 비교적 만족도가 높다.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세종에 편의시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생활에도 큰 불편은 없다는 평가다.
연초 청사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온 한 공무원은 “번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직 청사 주변에는 편의시설이 부족하지만 계속 늘고 있고, 필요시 대전 등으로 나가기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의 학업, 배우자 직장 문제 등으로 이사를 오지 못 한 공무원은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평일 세종에서 지내다 주말에 상경해 가족과 만나는 공무원이 상당수다. 매일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공무원은 피로 누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통근버스로 매일 서울과 세종을 오간다는 한 공무원은 “자녀가 고등학생이라 전학 문제가 신경 쓰여 세종으로 이사 올 수 없었다”며 “비좁은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것은 체력적·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말에만 상경하는 공무원도 고충이 적지 않다. 가족과 함께 이사를 오지 않은 공무원은 보통 방별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고 있다. 방별 임대주택은 3명이 각각 방을 배정받고 거실·화장실 등은 공유하는 형태로, 공동생활로 인한 불편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행사를 목요일, 금요일에 집중 배치하는 일이 늘고 있다. 목·금요일에 업무를 본 후 세종으로 내려가지 않고 주말까지 서울에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세종으로 이사를 왔지만 서울 출장이 많은 공무원의 고충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등이 ‘길 위의 과장’ 줄이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다. 길 위의 과장은 실·국장 이상 간부는 서울에서, 5급 이하 직원은 세종에서, 과장급은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길에서 주로 업무를 하는 상황을 빗대 붙여진 이름이다.
젊은 여성 공무원의 우울증, 결혼 문제 등도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작년과 올해 세종에서 여성 사무관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시간이 지나며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세종 생활에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며 “세종청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