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에너지 분야 계열사 임원인사는 조직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SDI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자계열사 중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하며 배터리에 이어 소재분야를 강화할 태세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최근까지 소재 부문과 에너지 솔루션 부문 두 대표체제가 단일 체제로 바뀌면서 신흥세력을 대거 승진시켰다. 승진한 김재홍·안재호 부사장은 각각 소재부문 및 에너지솔루션분야 부문에서 활동했다. 이밖에 전무, 상무 승진자들도 양 사업부에서 고르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배터리 완제품 이외 관련 소재 사업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합병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대표이사 사장이 유임된데 이어 임원인사 역시 소폭에 그쳤다. 업계에는 지난달 과도한 주식매수청구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 된 후 책임론이 고개를 들면서 인사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하지만 합병 실패 책임자로 언급되던 삼성중공업 출신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유임하고, 임원인사도 소폭에 그쳐 박 사장에게 다시 힘을 실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재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중공업 인사에서는 회사 최초 여성임원이 된 박형윤 상무가 화제다. 박 상무는 문과 전공자이지만 중후장대한 남성 중심의 조선업계 영업 현장을 발로 뛰어 삼성중공업 최초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인사에서 최성안 전무, 최경배 상무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으며 박성연 부장 등 4명이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물산은 전사·건설·상사 부문에서 총 30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그룹 최대 인사 규모다. 상사부문에서는 김기정·한수희 부사장을 포함해 전무 1명 등이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캐나다 온타리오 사업담당, 그린에너지팀장을 거치며 신규 프로젝트를 안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부사장은 철강1사업부장을 거쳐 현재 철강사업부장으로 근무한 철강 트레이딩 분야 전문가다. 건설부문에서는 강선명·김경준·장일환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태준·함봉균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