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난 3월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대표 정책이다. 국가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고보조금이 계속 허투루 쓰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연간 국고보조금 예산은 약 50조원이지만 정부출연금과 국세감면액 등을 포함하면 100조원을 초과한다. 2014년 기준 국고보조금 예산은 52조5000억원이며 정부출연금은 30조9000억원, 국세감면액은 33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국고보조금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정수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검·경 합동조사에서 1700억원의 부정수급이 적발됐으며, 앞서 작년 8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2300억원의 누수가 드러난 바 있다. 운영·관리시스템이 없고 심사와 감시·감독, 사후관리가 크게 미흡해 끊임없이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마련한 대책은 체계 정비에 방점을 뒀다. 최경환 부총리가 언급했듯 종전에는 개별적·일시적 대응에 그쳤다. 누가 얼마나 보조금을 받고, 당초 계획대로 집행하고 있는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건이 터져야’ 수습하는 형태였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와 통합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부정수급 시 제재를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부정수급자 명단 공표,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보조사업 참여 영구제한 등은 부정행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부총리도 “한 번의 부정수급이 있어도 바로 퇴출시키는 일벌백계 원칙을 만들어가겠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남은 문제는 부처별로 조만간 발표 예정인 세부 계획의 실효성이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번 대책은 큰 틀의 계획”이라며 “연내 각 부처가 세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제 국고보조금을 관리하는 각 부처가 이번 대책을 바탕으로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지에 정책 성패가 달린 셈이다.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은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개별 부정수급 실태점검 결과, 제도개선 대책 등을 발표한다. 복지 분야는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TF’에서 그동안 대책 추진상황과 개선과제를 발표한다.
강화된 감시·감독의 효율적 시행도 해결과제다. 정부는 연간 10억원 이상 지원을 받는 주요 민간 보조사업자 등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2년마다 의무 실시하도록 했다. 또 보조사업자의 이력, 재무상태 등 정보공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침해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업계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을 활용하는 만큼 보조사업 관련 정보는 최대한 공개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를 것이며 개인정보 공개에 있어 다른 법과 상충되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