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이후 세계적인 붐에 따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011년, 이 시장을 선도하던 유럽의 경제위기와 함께 과잉 경쟁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팽창을 거듭하던 시장은 침체에 들어섰다. 중국기업의 과잉생산으로 태양광 제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유수의 기업들이 파산과 인수합병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태양광 보급량은 속도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증가세다. 국가·기업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핵심부품인 태양광 셀과 모듈생산에서 중국이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일본과 미국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독일 등 유럽의 선도적인 위치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넘어가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국외 수출만 겨냥한 것처럼 보이던 중국이 자체 시장규모를 세계 최대로 키운 점은 가장 큰 변화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러 기업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했고, 기회를 엿보며 기술개발에 몰두하던 기업들은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은 제한적인 국내시장과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개척 등 태양광이 인류 에너지 문제의 해결사가 되는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0년대 후반부터 태양광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이 점을 단기간의 사업성, 시장 확보에만 정신이 팔려 간과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태양광이 확대 보급되고 있음에도, 현재 태양광 발전은 전 세계 전력수요의 약 0.7%를 차지할 뿐이다. 아직 기존 발전방식에 비해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확보되면 시장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부품의 고효율화, 가격절감, 장기 신뢰성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력과 시장측면에서 선도국과 중국에 비해 열세인 우리나라가 태양광을 핵심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자세와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태양광은 단기적으로는 기술력과 사업성이 부족해 손해를 볼지라도 인류의 에너지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접근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한 연구개발 추진체계 구축이 절실하고, 특히 태양광 분야의 전주기적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대표적인 태양광 선도국은 각각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 태양광기술연구센터(AIST/RCPVT),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연구소(Fraunhofer ISE)라는 연구개발의 핵심기관을 오래 전부터 육성하고 있다.
셋째, 국내 태양광 시장규모를 적어도 OECD 회원국 평균이상으로 확대하고, 향후 시장 규모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국내 보급은 건물과 기존 구조물에 태양광 모듈을 결합한 ‘BIPV(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태양광의 설치 면적이 부족하고 토지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치를 목적으로 녹지대를 파괴하는 것은 태양광의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가격절감 노력과 함께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BIPV 보급 여건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앞서 시작한 분야에서도 중국을 염려하는 마당에, 이미 시장과 생산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태양광 분야의 경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다. 시장측면에서 중국의 위상은 고려돼야 하나, 생산 측면에서의 우위는 상당 부분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최근 상승일로의 중국 인건비를 감안할 때 우위가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기술적 잠재력은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므로 관건은 장기적인 연구개발 전략과 시장규모 확대를 위한 우리의 자세다.
윤경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실 전문연구위원, y-kh@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