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미전개 원인 여전히 `오리무중`…제조사 비협조 난관 못 넘어

정부가 에어백 미전개 사고 조사를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지만 제조사 비협조 등 현실적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안 터지는 에어백’의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소비자 보상 대책 마련 역시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7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공단 부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 4월 에어백 미전개 사고 조사를 위한 TF를 꾸렸지만 이후 약 8개월이 되도록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TF는 에어백 미전개시 조사방법, 에어백 제작기준 제정 등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결국 자동차 제조사의 비협조가 반복되면서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에어백 미전개로 인한 사망·부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조사는 ‘영업 기밀’을 내세우며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번에도 사고기록장치(EDR), 에어백 제어장치(ACU) 등을 분석했지만 핵심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 EDR나 ACU에 데이터가 남지 않아 에어백 자체의 작동 알고리즘을 조사해야 하지만 제조사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미전개 원인을 밝히려면 EDR 데이터 외에 에어백 작동 원리에 대한 더 핵심적인 정보가 필요하지만 기업이 기밀로 내세우고 있다”며 “기업 기밀을 강제로 요구할 권한은 없어 조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사고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개발 장비를 새로 구입해 단품별 성능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지만 미전개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 EDR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시행돼도 에어백 미전개 사고 원인 구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제조사 협조 없이 EDR 정보만으로는 원인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우선 자체 장비를 활용해 제조사가 밝힌 정상적인 미전개 조건에 오류가 없는지부터 조사할 방침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당분간 명확한 미전개 원인을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정상적인 미전개 조건이 잘못 표시된 사례부터 찾아나가면 어느 정도 개선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에어백 미전개 사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 보상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제조물책임법(PL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조사 책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에어백 미전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조사의 ACU 기록을 뒤집을 객관적인 증거를 찾을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