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독일 대표기업 바스프(BASF)는 ‘크리에이터 스페이스(Creator Space)’라는 협력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창립 150주년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핵심 내용이다.
크리에이터 스페이스는 누구나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B2C 분야 기업이 아닌 전통적 굴뚝산업인 화학분야 제조업에선 보기 드문 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들어본 사례가 없다.
놀라운 것은 바스프가 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술적 난제를 풀 해법을 찾거나 제품 혁신을 꾀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식량, 에너지 등의 사회 문제를 주제로 다룬다.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게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바스프는 새로운 사업적 기회와 역할을 찾는다.
150년 역사도 부러웠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신사업을 찾겠다는 생각 자체가 놀라웠다. 바스프의 경영 철학은 150년 성장 배경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식량부족 문제가 대두됐을 때 바스프는 합성 암모니아를 개발해 농작물 수확을 크게 증대시켰다.
바스프 소방센터는 바스프 내 공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 사회에 재난이 발생할 때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달 전 인근 시내에서 일어난 가스폭발 사고 수습도 바스프가 시에서 운영하는 소방서보다 더 먼저 도착해 처리했다. 지역 사회에서 바스프가 최대 자랑거리로 회자되는 점도 이러한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 측면에서 독일과 닮은 점이 많다. 전쟁의 역사와 분단의 아픔, 그리고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 제조업 기반에서의 산업 성장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장수 기업을 떠나 지역 사회에 존경을 받으며 기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는 제조업체는 드물다.
바스프의 150년 시행착오와 끊임없이 추구하는 혁신, 여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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