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중앙의 움직이는 전광판 ‘미디어 샹들리에’가 화제다. 방문객들은 엔터테인먼트동 중앙홀을 오르내리는 거대한 곡면 양면 전광판의 선명함과 웅장함에 압도된다. 이 모든 것은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개장일이었던 지난 10월 14일부터 하루 12시간씩 운영 중인 미디어 샹들리에 2대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수식어를 갖고 있다. 개당 가로 7.7m, 세로 4.4m 크기에 2.4톤 무게로 롯데월드몰 2~7층을 오르내리며 세계 최초의 움직이는 곡면(커브드) 양면 전광판으로 이름을 올렸다.
화면을 가득 채운 LED 광원은 간격이 6㎜에 불과해 15㎜인 시중 전광판보다 2배 이상 선명한 화면을 구현한다. 4K 초고화질(UHD, 3840×2160) 콘텐츠를 고려한 것으로 장신구, 화장품 등 화려한 품목의 광고도 선명하게 표현한다.
미디어 샹들리에의 차별성은 ‘곡면’이다. 완벽한 곡면 구현을 위해 한 대의 전광판을 구성하는 8개 유닛의 모양을 모두 다르게 설계했다. 하나의 곡면 화면과 같은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LED 광원 간 간격, 부품을 맞추는 고난이도 작업이 이어졌다. 겨울철 1층의 찬 공기가 상층부로 솟구치는 와류 현상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전광판 상·하단부에 구멍(바람길)을 뚫는 지혜도 선보였다.
미디어 샹들리에는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 대홍기획의 작품이다. 2012년 기획에 들어가 설계, 입주사 협의를 거쳐 올해 2~7월 600명을 투입해 제작·설치했다. 산파 역할을 한 김찬우 대홍기획 BTL미디어팀 수석은 “곡선 디자인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계 최초로 곡면 양면 전광판 제작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얻은 기술적 노하우는 차세대 전광판 개발과 수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신 회장이 롯데월드몰에 들어갈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 제작을 지시, 전폭 후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홍기획은 미디어 샹들리에를 낙점했다. 제작비만 수십억원에 달해 수익성 담보가 어려웠지만 “명물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당위성이 더 컸다.
기획 단계 중 입점사로부터 쇼핑 고객의 시선 분산 우려를 받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초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50%를 넘기 어렵다는 전광판 광고 판매율이 80%에 육박했으며 30초 일반광고보다 2.5배 비싼 무빙광고 판매도 순항하고 있다.
2분 30초 동안 8개의 유닛이 상하로 늘어지는 이 상품은 다양한 화면 모양을 연출할 수 있어 미디어 샹들리에만의 ‘킬러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입소문을 타고 해외 명품 매장 본사 관계자의 광고 문의와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김찬우 수석은 ‘프라하 시계탑’을 미디어 샹들리에의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특정 시간마다 변화하는 시계탑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프라하를 찾는다”며 “광고뿐만 아니라 프러포즈 이벤트 등 미디어 샹들리에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