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지식재산이라는 용어

학문이나 산업, 기술, 경제와 관련된 역사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역사는 상품의 규격화, 기술의 표준화와 더불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용어 통일화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오류는 아니다.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내가 말한 것과 상대방이 이를 듣고 이해하는 대상이 동일해야 그 다음 논의가 진행된다. 이것은 아마도 언어가 생긴 이후의 생활, 특히 거래활동에 있어 아주 큰 문제였을 것이다. 서로 동일한 대상을 같은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형사법이든 민사법이든 착오론이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법학에서 맨 처음 가르치는 것이 개념 이해다. 권리가 무엇이며 권리의 대상은, 그리고 권리의 주체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지 않도록 개념에 대한 이해에서 법학이라는 학문은 출발한다.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어떻게 구제되는가에 대한 개념도 마찬가지다. 개념을 똑같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용어나 표현을 사용해야함은 당연하다. 만일 동일한 대상을 외국어가 아님에도 서로 다르게 부르면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런 적당한 예를 지식재산권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식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창작을 통하여 또는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 내지 성과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용어를 우리나라는 서로 다르게 사용해오고 있다.

열거해보면, 공업소유권, 산업재산권, 지적재산권, 지적소유권, 지식재산권, 무체재산권, 정신적 소유권 등이다. 정신적 소유권은 강학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외의 용어는 모두 현행법에 규정돼있다.

최근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이를 지식재산이라고 통일하자고 하고 있지만 지식재산기본법상의 지식재산에 관한 정의규정을 살펴보면 기존의 권리대상보다 더 확대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경제·사회·문화의 변화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분야에서 출현하는 지식재산은 신지식재산이라고 해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의 영역은 거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용어들은 역사적으로 조금씩 변해왔다. 근대시민사회의 절대적 가치는 소유권이다. 소유권이라는 용어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비록 유체물은 아니지만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을 절대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소유권은 다른 재산권을 포섭하지 못한다.

지식재산권의 한 유형으로 저작권과 대비되는 의미의 산업재산권이라는 용어는 변리사의 업무영역을 분명히 구별하기 위한 취지라 일부 판단된다. 하지만 문화도 이제는 창조경제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산업성이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의 구별은 그다지 큰 실익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무체재산권이라는 용어도 19세기 말 독일학자 요세프 콜러(Josef Kohler)의 교과서에서 정신적 소유권에 대비시키기 위해 등장한 말이다. 지적재산권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해왔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지식재산권’이 공식적인 용어가 됐다.

어떤 용어가 권리대상을 더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용어의 혼용이나 변천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의 급속한 발전만큼이나 용어도 짧은 시간동안 순식간에 변해왔다. 이제까지는 변화에 피동적으로 순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변화에 대응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 용어의 변천사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지식재산에 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속도와 확산이 조금 늦춰지더라도 무엇이 본질인가 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doktorkye@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