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에너지 계열사는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 실적 악화에 따라 경영 쇄신 차원의 인사를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새 수장으로 정철길 SK C&C 사장을 선임했다. 정 사장은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물로 정유·자원개발 사업에 정통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지난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자원개발 사업을 담당한 뒤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도 했다. 국제유가 급락 등 업황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구원투수 임무를 부여받고 친정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정 사장은 정유 부문 계열사인 SK에너지 사장도 겸임한다. 에너지 사업 부문의 임원 승진자를 소폭으로 제한한 것도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은 성과주의 임원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 사내 CIC인 E&P사업부는 김기태 총괄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정유 부문 실적 부진을 상쇄해온 E&P사업 조직 강화와 더불어 향후 분사를 염두한 조치라는 해석도 따른다. SK이노베이션의 E&P사업부와 SK E&S의 셰일가스 개발 사업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자원개발 조직의 분리,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유정준 SK E&S 사장의 글로벌 성장위원장 보임은 셰일가스 등 자원개발 상류 부문 개발을 독려하고 중국 등 해외 발전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 사장은 해외 자원개발 분야에서 그룹내 글로벌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에너지 부문 관계사는 이날 인사에 맞춰 조직 효율성 향상을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전담하는 PI실을, SK에너지는 대외 경영환경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에너지전략본부를 각각 신설했다.
더불어 각 사업 자회사별로 CTO를 선임해 기술 기반의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능별 사업조직을 통폐합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회사로의 성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특화제품추진본부를 설립했으며 SK루브리컨츠는 글로벌성장추진실을 개편하고 기유와 윤활유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SK관계자는 “에너지, 화학 등 그룹의 핵심 사업영역에서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되고 실적도 부진했기 때문에 위기 극복이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주력 관계사의 CEO를 모두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성과가 따르는 조직 문화를 강화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