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기 오염 발생 우려로 경유 택시 도입을 보류했다. 전국에서 택시 등록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가 경유 택시 도입에 한발 물러나면서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해온 택시 연료 다변화 정책도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9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경유 택시 도입에 따른 환경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유 보조금 지급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국토교통부에 최근 전달했다.
서울시는 환경부의 경유 택시 관리 기준이 마련되면 이를 준용해 검증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이달 경유 택시 환경관리 기준 용역을 마치고 내년 초 규정 개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바뀐 규정에 따라 경유 택시 환경성을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앞장서 온 서울시가 경유 택시 도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택시 연료 다변화 정책을 추진해온 국토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토부는 경유 택시를 도입해 액화석유가스(LPG) 일변도의 택시 연료를 다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내년 9월 1일부터 경유 택시로 전환하는 택시사업자에게 리터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연간 1만대에 한해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전국 지자체에 경유 택시 보조급 지급 대수를 할당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불참으로 이 같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지난 9월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7만2000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다. 전국 택시 등록대수의 약 28%에 달한다. 국토부는 서울시에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2000여대를 할당할 계획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유 택시에 대한 보조금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으로 서울시 결정에 국토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경유 택시 도입에 나서지 않으면 서울시의 경유 택시 쿼터(할당량)를 다른 지자체로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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