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 <2>융합기술연구소

ETRI 융합기술연구소(소장 박종현)는 내년 R&D 기조 가운데 하나로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박종현 ETRI 융합기술연구소장.
박종현 ETRI 융합기술연구소장.

박종현 소장은 최근 벌어진 ‘싱크홀’ 문제와 상수도 누수 5000억원 규모, 하수도관 노후화 등 사회적인 현안을 해결할 아이템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최근 출범시킨 ‘출연연 융합연구단’ 얘기부터 꺼냈다.

조선이나 자동차 자율주행, 바이오나 의료진단기기, 우정물류 등도 융합기술연구소가 해야 할 빼놓을 수 없는 R&D 사업이다.

박 소장은 이에 덧붙여 올해까지의 R&D를 ‘시즌1’이라고 한다면, 내년부터는 ‘시즌2’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끌고 갈 것과 일몰형 사업을 구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정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업 조정의 배경은 소형 및 참여형 과제 수 때문이다. 414명의 연구원이 연간 800억원을 가지고 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이 가운데 소형 및 참여 과제 비율이 39.6%정도 된다. 이를 연차적으로 매년 30%씩 줄여 나갈 계획이다.

융합기술연구소는 올 한 해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세가지를 꼽았다.

가장 먼저 꼽은 정밀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기술은 지난 10월 ITU전권회의때 실내위치 인식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ETRI 원내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무선통신기반 지능형 LED 정보통신 기술은 RF대신 빛에 정보를 실어 무선통신하는 LED 통신기술이다. 20W 이하 전력으로 3~30Mbps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현대통신과 한동테크, 포스코LED 등과 각각 주차장, 가로등, 공장 조명제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사물웹(WoT) 요술거울도 대표 성과로 꼽았다. 이 기술은 주변 사물을 웹에 바로 연결해주고, IoT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분석한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물 웹 기술이다. 지난 10월 통합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11월엔 통합시연 환경을 구축하고, 올해 내 최종 시연을 실시할 계획이다.

융합기술연구소는 맞춤형 기술을 지원했던 대표적인 업체로 지오투정보기술과 핸디소프트, 포스트큐브, 뉴런 네 곳을 꼽았다.

지오투정보기술에 위치기반서비스(LBS) 플랫폼 인터페이스 규격 등에 관한 기술자문과 사업 제안서 기술 자문 등을 연구원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 수행했다. 이 결과 지오투정보기술은 10억원 규모의 국토부 실내공간정보 구축 및 활용서비스 사업과 8억 원 규모의 방통위 긴급구조지원 LBS 플랫폼 구축 사업을 각각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오투정보기술은 지난 7월 대통령이 참석하는 SW중심사회 발전전략 보고 전시회에서 제품을 시연하는 마케팅 행운도 잡았다.

핸디소프트는 ETRI 시맨틱 IoT 플랫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상용화 및 과제수주, 신기술 등을 지원 받았다. 이 결과 총 3건 22억7000만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사업이 3년간 15억원, 기상청 산하 WISE기상기술 과제 1년간 1억원, 스마트스쿨이 1년간 6억7000만원 등이다.

스마트스쿨 사업은 또 핸디소프트의 모기업인 다산네트워크와 사업화 지원을 진행 중이다.

우편용 오토라벨러 기술이 탑재된 우편자동접수기를 상용화한 포스트큐브는 해외 기술 동향과 전시회 지원, 우편자동접수기 구성기술 등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오토라벨러 기술이 포함된 우편자동접수기 60대(29억원 규모)를 수주 받았다. 또 무인 우편 통합기에 오토 라벨러를 적용한 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뉴런의 스마트 도어록 사업 지원은 ETRI 부서 간 협력을 통해 매출에 기여한 케이스다. 중국 스마트시티 관계자가 방문하자, ETRI와 공동시연하는 방법으로 마케팅을 지원했다. 이 기업은 2015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유양디앤유와 LED 솔루션과 관련한 기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인터뷰] 박종현 융합기술연구소장

“앞으로 우리는 일몰형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묻어가는 분위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박종현 융합기술연구소장은 “일몰형에서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R&D를 해야 하고, R&D가 안 되면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하고, 때로는 돌직구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바이오나 로봇 분야는 지속형으로 가는게 맞고, 자동차 자율주행이나 조선 분야 등은 일몰형으로 과제를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이 마음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은 한 ‘지속가능성’은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원 생활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3년짜리 과제 10번하면 퇴직입니다. 기회는 그 가운데 5회 정도 될까요?”

연구원들이 R&D하랴 기업 지원하랴 힘들다는 걸 읽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다그치는 이유다. 몇 번 되지 않는 기회지만, 단 한 번이라도 사업화에 성공했다는 단어가 붙을 수 있는 과제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내년부터 과제 관리에 들어갑니다. 소형과제는 가능한 없애면서 인력 배치를 과제당 4~5명 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생계형 과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안 되면 연구개발 준비금을 써서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입니다.”

박 소장은 과제 규모를 개당 최소 3억원으로 하한선을 그었다. 역량을 분산해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박 소장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