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서울시의 전기차 보급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이면서 인구밀집형 도시에, 높은 소득·학력 수준까지 갖추고 있어 전기차 시장 확대에 여러모로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정책은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내년도 전기차 보급 물량을 663대로 정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처음으로 민간대상 182대의 전기차 보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민간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여기에 민간 사업자를 발굴해 전기차 셰어링·전기택시 사업의 시장성도 긍정적으로 부각됨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 모델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다양한 잠재수요층 맞춤형 보급 사업에 초점
서울시는 민간 보급뿐 아니라 전기택시·버스 및 전기차 셰어링, 전기트럭, 전기오토바이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다양한 잠재 수요층을 고려해 차종별 맞춤형 보급 정책을 추진한다는 복안에서다.
서울시는 내년에 민간을 주축으로 각종 교통 환경에 전기차를 적용하는 보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 하반기 처음 실시한 전기차 민간 보급에 시민 참여도가 높았던 것을 고려해 내년에만 약 500대의 전기차를 민간에 보급한다. 민간 수요를 확대할 방안도 나왔다. 전기차 당 가격의 약 50%에 해당하는 2000만원의 보조금과 완속 충전기 구입·설치비를 지원한다. 여기다 전기차 구입에 따른 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 감면 등 600여만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도 부여한다. 이와 함께 환경부와 협력해 대형 유통점, 호텔 등에 충전 인프라 확대를 포함해 특정 도로 이용 및 통행료 감면 등의 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뿐 아니다. 에버온·한카 등 민간 기업과 제휴를 맺고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차량을 올해 364대에서 오는 2017년 100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전기차를 어디서나 반납할 수 있는 편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질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자체 처음으로 전기트럭 보급에도 나선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중소 업체가 개발한 전기트럭을 강동구청, 우정사업본부, 롯데쇼핑, 한전 등에 보급해 전기트럭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1톤 배달용 화물트럭은 경유를 사용하고, 배달을 위해 아파트 등 주택가에서 ‘가다서다(주정차)’를 반복해 대기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이를 대체하는 전기트럭이 대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공동주택 충전인프라 해결 없이 민간 보급 힘들어
그러나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서울시의 전기차 민간 보급에 참여한 대다수가 주민 동의서를 얻지 못해 전기차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주거 지역의 8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인 만큼 충전기를 포함한 전용 주차면 확보를 위해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급 사업에 참여한 기아차·르노삼성·BMW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상담 건수 273개 중 204건이 주민 동의서를 얻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포기했다. 여기에 최근 182대 전기차 보급에 선정된 시민 중 일부가 구매를 중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주민 동의를 얻지 않고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보급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시는 당초 전용 주차면 확보를 위해 주민 동의서를 얻어야 하지만 인근 공공시설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등 외부 충전기를 이용하겠다고 희망한 구매자에게는 충전기를 지원하지 않도록 했으며 자가 주택이 아닌 외부 사업장이나 시설물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허용했다. 또 모바일 충전기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충전기는 충·방전과 과금·전력량계·통신 장치로 구성돼 일반 220·110V 전원 콘센트에서 충전하고 사용한 전력량에 따른 요금은 차량 소유자가 납부한다. 주차장이나 건물 내 콘센트에 부착된 RF태그를 이용해 사용자 인증 후 전력선통신(PLC)이나 상용무선망(3G·LTE)으로 사용 정보가 중앙서버에 전달된다. 일반 충전설비 없이도 충전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과금 처리 등에서 협력이 쉽지 않고 아직 국내에 설치된 사례가 없어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희은 서울시 과장은 “전기차 구매 의사가 있어도 전기 요금 공동 부담에 대한 오해나 전용 주차면 확보에 따른 반대로 주민 동의서 확보가 어려워 (구매를) 망설이는 층이 많다”며 “근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충전기 외부 설치를 허용하는 것과 요청 시 직접 방문해 전기 요금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