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리포트]단통법 시대, 살아남는 법

[이버즈] 지난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됐다. 과거 이동통신 3사는 걸핏하면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로 말미암아 제값 주고 기기를 산 소비자만 바보가 되기 일쑤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나온 것이 단통법이다. 보조금을 투명화해 누군 비싸게 사고, 누군 헐값에 사는 일이 없게 만들겠다고 나온 법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단통법은 시행 후 상당히 진통을 겪고 있다. 누구나 차별없이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필수품이 되어 버린 탓에 비싸졌다고 해서 구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단말기 시장을 냉각기로 만들어 버린 단통법 시대.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을 모아봤다.

◇최신 스마트폰 꼭 필요할까…철 지난 구형 모델 노리자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있다. 25만~35만원에서 방통위가 6개월에 한 번씩 정하게 된다. 현재는 30만원이 상한이다. 여기에 판매점에서 15%까지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어 최고 34만5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최신 스마트폰은 30만원을 주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90만원이 넘는 출고가를 가진 스마트폰은 단말기 가격만 7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아무리 최신 기기라지만 이 가격에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이미 상향 평준화됐고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므로 일반 사용자는 굳이 최신 단말기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1년 이상 지난 제품이라도 충분히 쓸 만하다. 게다가 출시한 지 15개월 이상인 스마트폰은 30만원의 지원금 상한선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이통 3사 휴대전화 지원금 공시를 살펴보면 40만원, 50만원이 넘게 지원되는 구형 모델을 여럿 찾을 수 있다. 게다가 구형 모델은 출시가도 함께 떨어지다 보니 작년에 나온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1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위약금 조심하자

이통사는 일정 기간 계약을 맺으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요금 약정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용자가 약정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을 부과한다. 그런데 단통법이 시행되고 소비자가 받은 단말기 지원금에 새로운 위약금이 생겼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2월 요금 약정할인 위약금을 폐지했고 KT는 위약금이 없는 순액 요금제를 내놓았다.

단말기 지원금은 24개월 약정이 기본이다. 이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이 생긴다. 문제는 요금제를 변경해도 위약금이 생긴다는 것이다. 처음 개통 시 7만원 요금제를 쓰기로 하고 지원금을 30만원 받았다면 추후 5만원 요금제로 변경하면 반환금이 부과된다. 요금제가 낮아지면 지원금이 줄어드니 이통사는 그만큼의 차액을 받아간다. 휴대폰을 분실이라도 하게 되면 눈물을 머금고 위약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신사마다 요금제 변경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프리미엄 패스’, KT는 ‘심플코스’, LG유플러스는 ‘식스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6만원대 이상 특정 요금을 6개월간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6개월 이후부터는 낮은 요금제로 변경해도 위약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요금 변경 시 위약금 면제가 목적이다. 약정 기간 이내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청구된다.

◇중고폰 활용하면 요금 추가할인

단통법으로 단말기 구입 시 지원금을 주게끔 법으로 정해졌는데 이통사에서 유통하지 않는 자급제폰이나 중고폰은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차별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법인만큼 이들에 대한 혜택도 빼놓지 않았다. 단말기 지원금을 못 받는 대신 추가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은 요금의 12%다. 12%는 정부가 정한 최저 할인율이다.

지원 대상은 지원금 이력이 없는 중고 단말기다. 신규 단말기 구매 시 2년 약정으로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때 2년이 지났다면 추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통사 지원금과 상관없는 자급제폰도 해당된다.

요금 할인은 요금제를 변경하더라도 별도 위약금이 없다. 기기 변경은 주의해야 한다. 변경할 기기가 지원금 이력이 없다면 괜찮지만 지원금을 받은 지 24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라면 위약금이 생긴다.

추가 요금 할인도 약정을 해야 한다. 처음 단통법 시행 때는 2년 약정이 기본이었지만 최근 1년 약정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정 기간을 지키지 않고 통신사를 바꾸면 당연히 위약금이 생긴다.

◇이참에 알뜰폰 써보자

알뜰폰은 이통사 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통사 망을 빌리기 때문에 통화 품질 등에서는 기존 이통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기존 이통사에서 받던 혜택과 고객 응대 등 서비스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알뜰폰 가입자는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금제가 평균 30%가량 더 저렴하며 기존 이통사에는 없는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쓴 만큼만 내는 종량제 요금제, 기본료 1만원 이하의 실속형 요금제 등 제대로 활용하면 요금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단말기에 따라 알뜰폰 업체가 오히려 이통사보다 더 많은 단말기 지원금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알뜰폰 업체인 M모바일은 이달 31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종의 기기에 한해 ‘M망내무제한 LTE55요금제(음성 250분, 문자 무제한, 데이터 2.5GB, 올레 와이파이 제공)’ 이상을 사용하고 24개월 약정을 하면 최고 34만5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한다. 첫 대상 모델은 ‘갤럭시 노트4’와 ‘G3 비트’로 이통사에서는 10만원 안팎의 요금제를 써도 지원금이 30만원에 못 미친다.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이다. 국내에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녔지만 가격은 놀랄 만큼 저렴한 제품을 얘기할 때 주로 쓰인다.

찾아보면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제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과거 중국산이라고 하면 저품질이 많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디자인, 마감, 성능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가격마저 저렴하다.

몇몇 제품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원플러스 원’은 ‘갤럭시S5’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스마트폰으로 가격은 16GB 모델이 299달러(약 30만원)다. 일체형 제품으로 만듦새도 상당한 수준이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며 뛰어난 최적화로 소문이 자자한 사이아노젠판이 탑재돼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샤오미의 ‘MI4’는 ‘G3’와 비슷한 성능이지만 가격은 1999위안으로 약 33만원이다. 메탈 소재를 사용했으며 외형은 아이폰과 유사하다. TD-LTE 제품이라 국내에서는 3G로 개통해야 한다.

샤오미와 더불어 대륙의 애플이라 불리는 메이주에서 내놓은 ‘MX4’는 가격이 1799위안으로 29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체 커스트롬인 ‘플라이미(Flyme)’를 사용하는데 상당히 평이 좋다. 화웨이의 ‘X3’는 국내 미디어로그에서 정식 출시된 제품이다. 아너6를 국내용으로 변형했다. 출고가는 52만8000원이다. 국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긴 하지만 해외 직구로 아너6를 구매하는 게 가격에선 더 이점이 있다. 중국 출시 당시 가격은 359.9달러로 약 37만원이다.

화웨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중국에서 직접 구매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준수한 성능의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

◇신용카드 사용한다면 요금 할인받자

한 달에 신용카드를 일정 이상 사용한다면, 통신사와 제휴한 신용카드를 써보자. 매월 적게는 7000원, 많게는 1만5000원까지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하나 터치 T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카드로 SK텔레콤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면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매월 30만원, 50만원, 70만원 이상 쓰면 각각 7000원, 1만원, 1만3000원이 절약된다.

KT는 최근 ‘슈퍼 DC 카드’를 내놓았다.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30만원 사용 시 7000원, 70만원 사용 시 1만5000원의 통신비를 할인해준다.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BC카드, IBK기업은행, JB전북은행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내놨다. 신한스마트 체크카드가 그 주인공이다. 통신료를 자동이체하고 30만원 이상 사용하면 5000원의 통신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가입 월 포함 2개월은 카드 사용실적과 상관없이 5000원이 할인된다. 단 2015년 2월 이후 가입고객은 월 3000원으로 할인 폭이 낮아진다.

김태우 기자 TK@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