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갑질 문화 타파해야

[기자수첩]갑질 문화 타파해야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건을 두고 국내외로 비꼬는 목소리와 더불어 패러디가 잇따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차제에 ‘갑질 문화’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논란은 우리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갑을문화, 반재벌 정서와 함께 폭발해 당분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논란이 되는 ‘갑의 횡포’는 새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만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 회사 영업팀이 국내 굴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대리’에게 밉보였는지 라인이 막혀 도통 제품을 진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1000만달러 수출의 탑 수상도 하고 기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갑’질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 하자 때문이 아닌 일개 ‘개인’의 감정문제에서 오는 갑질이라면 이는 심각한 사안이다. 중소제조기업 대부분이 홈쇼핑 방송에 들어가기 위해, 대형마트에 진열되기 위해 조직의 얼굴을 하고 있는 개인들의 갑질 횡포를 감내하고 있다.

이렇게 지적하면 유통업계는 자신들도 소비자의 갑질을 감내하고 있다고 울상이다. 정부에 ‘규제’란 목줄을 잡혀 있는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이 왕’이기 때문에 블랙컨슈머들의 횡포를 알면서도 눈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단가 후려치기, 하도급업체에 폭언하기 등 갑의 횡포는 대기업-중소기업, 강자와 약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부분 사회 구성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훈련이 부족하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감정노동자의 ‘눈물’일 것이다. 동반성장, 상생은 법과 제도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머리에 더듬이를 매달고 그의 지위를 즉각 감지해 이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세상에서 인격 존중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적·사회적 지위 격차를 떠나 인격을 존중하는 의식 개선이 우선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