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빅데이터 활용한 건물 에너지소비 혁신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전문위원.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전문위원.

정부는 감축한계비용이 높은 산업부문보다 비교적 낮은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17년 패시브하우스, 2025년 제로에너지빌딩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강화·에너지소비 총량제 도입·그린리모델링 지원 제도·고효율건물 세금 감면 등 다양한 규제와 지원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에 전국 680만동에 달하는 기존건물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선 외벽 단열·고기밀창호 교체·LED조명 개선·고효율 냉난방시스템 도입 등 과감한 시설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경제성이 높지 않고 에너지절감 성과 파악이 어려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절약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신뢰성 있는 투자경제성 분석 결과가 투자자에게 제공돼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건물 에너지절감사업 성과 분석은 대부분 단순계산에 의한 추정치를 적용하고 있어 투자자의 신뢰가 아주 낮은 실정이므로 이 부문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물의 에너지사용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외기온도며 이외에도 근무시간·근무자·입주율·공조기 가동시간 등 다양한 영향인자가 있다. 특히 외기온도는 겨울철 난방에너지와 여름철 냉방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건물의 정확한 에너지절감량 파악을 위해선 외기온도가 미치는 영향이 적정하게 반영돼야 한다.

정확한 에너지절감량 산정을 위해선 전기·가스계량기, 온도계 등 각종 계측장비와 통계전문가에 의한 분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선 상당한 비용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신뢰성 있는 에너지절감량 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이 바로 ‘건물 전력절감량 계량기(BPSM)’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으로 건물 전체에 대한 전력절감량을 실시간으로 계량화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의 전력사용량은 한전의 검침자료를, 외기온도는 기상청자료를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취득해 사용함으로서 별도의 계량기 설치 부담이 없다.

건물 전력절감량 산정은 첫째 온라인에서 대상 건물의 과거 3년간 전력사용량과 외기온도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둘째 통계적 모델링기법을 이용해 해당 건물에 대한 실시간 전력사용량을 예측하며, 셋째 예측한 전력사용량에 현재 외기온도를 보정해 기준전력사용량을 생성시키고, 넷째 기준전력사용량에서 실제전력사용량을 차감하면 고객이 원하는 기간 동안의 전력절감량과 금액을 모니터에서 실시간 그래픽으로 구현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건물 전력절감량 계량기는 이미 서울시가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BPSM의 신뢰성이 검증되면 최소 비용으로 건물의 전력절감량을 신뢰성 있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건물에너지효율화·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그린리모델링 지원·전력수요관리 사업 등에 대한 전력절감성과 검증이 가능해져 정책시행의 실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대상 건물 가스사용량의 원격검침이 가능하다면 연료와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절감량 산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BPSM모니터를 건물 출입구나 아파트 승강기 내부에 설치하면 건물이나 아파트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전력낭비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패턴 변화를 통한 전력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연히 BPSM 모니터 제조 및 전력수요 관리사업의 활성화도 따라올 것이다.

김하연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전문위원 hayeon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