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연기, 100개 중소·대기업 경영손실 불가피

새해 스마트그리드 업계 100여개 중소·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갑작스런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내년으로 예정된 대형 국책 사업을 오는 2016년 이후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참여 기업과 지자체는 이미 자체 예산에 조직까지 확보한 터여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2016년 이후로 연기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확산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탁했지만, 검토보고서 결과가 늦어졌다. 이에 기재부가 경제성을 평가하지 않은 사업에 사업비를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산업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업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확산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지난해 10월 8개 컨소시엄을 예비 사업자로 선정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과 지자체는 100곳이 넘는다. 98개 민간사업자(대기업 31개, 중견·중소기업 67개)와 11개의 유관기관·연구소·구역전기사업자·대학, 8개 지자체 등이 포함돼 있다

예산 역시 민간 부담금을 포함해 약 9000억원이 투입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3220억원)와 지방비(851억원)·민간 부담금(4693억원) 등 총 8700억원이 소요된다.

이미 컨소시엄들은 참여사별로 내년도 사업계획에 예산과 조직을 반영한 상태여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전기 분야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에 사업비와 전담팀까지 반영했지만 다른 일(사업)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라며 “특히 지차체가 확보한 지방비 예산은 쉽게 변경할 수 없는 만큼 협력키로 한 지자체는 더욱 난처하다”고 말했다.

최근 에너지 분야 시장 창출에 나선 통신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정부의 ‘ICT+전력’ 융합 정책에 따라 에너지 분야에 투자 해왔지만 이번 확산 사업뿐 아니라 매번 반복되는 정부 정책 탓에 사업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매년 실시하는 스마트그리드 보급 사업을 통해 국책 과제 참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KDI가 인력 15명까지 투입해 (확산사업) 타당성 평가에 나섰지만 선례가 없는 분야다 보니 예상보다 보고서 결과가 늦어져 결국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됐다”며 “매년 실시하는 보급 사업 규모를 늘려서라도 참여 주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지난해 종료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 검증된 기술·사업 모델을 상용화하기 위한 전국 대상 국책사업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전력·KT·SKT·LS-LG·포스코 ICT·짐코·현대중공업·현대오토에버 총 8개 컨소시엄이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