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50달러 진입 초읽기…주력 산업별 희비 엇갈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석유 수요 감소와 미국 원유 재고 증가로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유가 하락으로 국내 산업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주력 수출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월물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거래가는 전일 대비 2.88달러 하락한 60.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9년 7월 14일(59.52달러)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의 1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64.24달러로 장을 마감해 2009년 7월 16일 62.75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 전망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OPEC은 10일 발간한 12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2015년 OPEC 석유 수요를 올해보다 하루 44만배럴 감소한 약 2892만배럴로 전망했다.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소식도 가격 내림세를 부추겼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는 12월 5일 기준 전주보다 145만배럴 증가한 3억8000만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배럴당 100달러 선에 머물던 국제 유가가 5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자 정부도 유가 하락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관섭 차관 주재로 연구기관 및 업종별 단체들과 함께 저유가 동향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 비전통 원유의 생산 증가, 달러화 강세 등으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전제로 내년도 연평균 유가를 배럴당 64~101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다만 신흥국 성장 둔화, 산유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 생산 비용이 높은 비전통자원 개발 축소 우려로 유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 국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제품을 연료·원료로 사용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화학, 비금속광물, 자동차, 섬유 등에서 생산 증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해양 플랜트,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장기적으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양 플랜트 산업은 해양유전 개발 유인을 약화시켜 신규 프로젝트 발주를 지연시킬 수 있고 신재생 에너지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제성이 악화돼 시장 참여 동기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이 악재라고 분석했다. 정유 산업은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액 감소, 플랜트는 산유국 오일머니 감소로 인한 중동 지역 수주 지연·감소로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최종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한 구매 지연 등이 위기요인으로 지적됐다.

이관섭 산업부 차관은 “저유가가 정유, 플랜트 등 일부 업종에 부정적 효과가 있지만,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GDP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생산 비용 절감 이익을 R&D, 설비투자 등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