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우주왕복선의 뒤를 이어서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신형 우주선인 오리온이 첫 시험 비행을 무사히 끝마쳤다. 화성 유인 탐사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우주선의 시험 비행 성공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델타Ⅳ 헤비 로켓에 탑재된 오리온은 지구를 일주한 다음 제2엔진을 점화하고 최대 고도 5,800km 상공에 도달했다. 이후 대기권에 재돌입해 6일 캘리포니아 연안 태평양에 착수해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
오리온이 대기권에 돌입할 때에는 2,000도가 넘는 고온이 발생한다. 이번 실험 성공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화성 유인 탐사 실현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우주 탐사 시대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투자한 이 신형 우주선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는 지난 2003년 애플 아이북 G3에 들어간 것과 같은 IBM의 파워PC 750FX(PowerPC 750FX)라고 한다. 10년 전 맥에 들어간 CPU와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이 CPU의 속도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3에 들어간 AP와 같은 수준이다. 이미 아폴로 우주선에 들어간 계산기의 연산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잘 알려진 바 있지만 오리온 역시 비슷한 셈이다.
그렇다면 최신 스마트폰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CPU를 채택한 이유는 뭘까. 바로 안정성이다. 우주선에 노출되는 등 가혹한 우주 공간에서 활동해야 하는 만큼 최신 칩보다는 항상 오래된 검증된 칩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나사에 따르면 오리온에 들어간 이 10년 지난 CPU도 아폴로 우주선보다는 4,000배, 우주왕복선보다는 400배에 달하는 성능을 낸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이 이용하는 CPU와 견줘도 25배나 빠르다.
오리온의 CPU는 문제가 발생하면 20초 뒤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또 고장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업용 CPU 2개를 포함해 3중 보안 체제를 채택했다. 3개 모두 동시에 다시 시작해야 할 비상사태에 빠질 확률은 187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번 시험 비행에서 얻은 데이터는 앞으로 오리인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음 시험 비행은 신형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를 이용해 앞으로 4년 뒤인 2018년 11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 시험 비행이 끝나면 유인 비행 시험에 나서게 된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