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이 세계적으로 선진 대기업 일부만이 독과점하고 있는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새론테크놀로지(대표 구정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연구장비 경쟁력 향상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 4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1.0㎚급 고분해능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 ‘SEMIRO-5000’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집적도가 높고 기술적 난이도가 커 선진 대기업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FE-SEM을 벤처기업이 개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FE-SEM은 전자·전기, 진공, 메카트로닉스, 소재, 재료학 관련 기술이 결집된 첨단 측정장비다. 전자빔을 이용해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영상을 측정·분석할 수 있다. 나노미터급 초미세 시료를 모니터링하고 관찰할 수 있으며, 표면 영상 관찰 이외에도 측정, 구조 및 정량, 정성의 성분 분석도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연구개발(R&D)을 위한 연구장비로, 산업체에서는 R&D 외에 분석장비, 공정 장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소재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FE-SEM은 이 분야에서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히다찌(일본), 지올(일본), 칼짜이스(독일), FEI(미국), 테스칸(체코) 등 5개 글로벌 선진 대기업만이 핵심 기술과 세계 시장을 독과점할 정도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장비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이들 5개 기업으로부터 대당 수억원을 지불하는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국내에서는 과거 S사 등 대기업과 국가연구기관이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제품 개발에 실패했다.
새론테크놀로지가 개발한 ‘SEMIRO-5000’은 해외 대비 기술격차 35년을 단박에 뛰어 넘어 충분한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전자현미경의 핵심으로 렌즈 시스템이 장착돼 있는 전자 옵틱(Optic)부를 자체 기술로 설계했다. 전자 옵틱부는 물리 광학에 관한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이 확보돼야만 설계가 가능하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오토 스태핑 기능과 이미지 분석 기능 등을 탑재했다. 오토 스태핑 기능은 시료가 올려진 스테이지가 자동으로 일정 간격을 이동하면서 자동 이미지를 반복해 측정 후 하나의 이미지로 자동 합성해주는 기능이다.
자동으로 길이, 면적, 분포도 등을 측정해 그룹핑하고, 데이터와 영상은 자동으로 엑셀 파일로 생성되는 자동입도분석 소프트웨어(SW)패키지 기능도 갖췄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현재 4억~10억원대에 달하는 수입 제품보다 최대 절반 가까이 가격을 낮췄다.
고객 친화적인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채택했다. 인터넷 원격 기술 지원은 물론 고객사 요청시 애플리케이션 커스터마이징도 제공한다.
세계 FE-SEM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원대며, 국내 시장 규모는 1500억~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구정회 사장은 “이번에 개발한 FE-SEM은 나노 기술을 넘어 옹스트롬(1/10 나노, Å)영역대로 진입하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국내 연구소 및 학교 등에 제품 홍보를 강화하고, 해외 영업망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