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 <3>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

“최근 글로벌 분야 협력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양자컴퓨터 개발에 참여하기로 하고 협력 중입니다. 옥스퍼드대는 5000억원을 들여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뛰어 들었습니다.”

ETRI 연구진들이 실버 스크린을 이용해 전기변색 기판에 나노 입자를 균일하게 박막 코팅을 하고 있는 모습.
ETRI 연구진들이 실버 스크린을 이용해 전기변색 기판에 나노 입자를 균일하게 박막 코팅을 하고 있는 모습.

남은수 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장은 최근 R&D 동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 비전이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육성 부품소재 기술 크리에이터’다.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연구소 전략은 세가지로 설정했다. 산업체 수용형 글로벌 1등기술과 1실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 글로벌 사업화 문화구축이다.

남 소장은 최근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조인트 워크숍을 열고 연구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산업기반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자신들이 했는데, 돈은 일본이 벌었다는 얘기를 곧잘 합니다.”

남 소장은 영국이 우리와 손잡고자 하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풀이했다. 경제력이 커진 한국과 손잡아 연구비 부담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시장 진입도 함께 해보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올해 대표적인 연구성과로 두 개를 내세웠다. 투과도 가변 전기변색 스마트 광셔터 기술과 지능형 음장보안 센서기술이다.

전기변색 기술은 투명기판의 변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연구진들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가시광·적외선 차단용 스마트 윈도와 눈부심 방지용 차량 후사경, 투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 향상을 위한 광셔터를 시제품 등으로 만들어 테스트했다.

음장보안센서기술은 보안공간 내부의 음장변화를 감지해 침입이나 화재 발생 연부를 지능형 알고리즘으로 인지하는 고신뢰성 기술이다. 이미 세계 처음 신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중점 추진 R&D로는 기가코리아 사업의 일환으로 대면적 초고해상도 SLM기술을 비롯한 6개 기술을 들었다.

오는 2019년까지 설계를 추진 중인 1㎛이하급 공간광변조기(SLMoG)는 홀로그램 핵심 기반기술이다. 또 ETRI 지원사업으로 플렉시블 광노드와 레이더 3D모듈과 자발적 주름구조 형성 가능한 광추출용 유기소재 등을 개발 중이다. 광추출용 유기소재는 OLED 광효율 80% 향상 특성을 확보해 광추출 소재업체의 신제품 개발 및 내년 시장 진입을 견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차세대 광가입자용 모듈과 터치센서패널(TSP) 양산용 새로운 장비 및 공정기술, 저잡음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마이크로폰 ROIC(Read-Out IC)개발 등도 손에 꼽는 중점 R&D들이다.

기술사업화 부문에서는 GaN기반의 국방 레이더 핵심부품 수입 대체 및 기술자립 지원, S-밴드 GaN 전력소자 기술이전 및 상용화 지원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특히 연구소는 GaN 전력소자 관련 기술을 이전한 기가레인과 공동으로 차세대 레이더용 RF전력소자 증폭기술 개발 사업을 방위사업청에 제안해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사업에는 향후 3년간 정부출연금 200억원이 투입된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산업체 자체자금 300억원을 투자하고, 팹 양산체제도 구축할 계획이다.

1실 1기업 맞춤형 지원으로는 지난 2013년 16개 지원기업 선정 및 현장 방문에 이어 올해는 전담 연구원 밀착 현장지원에 나서 매월 지원현황을 파악하고 애로 타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기술지원 건수는 총 71건이다.

RF세미는 지난 2013년부터 매달 200건 가까이 ETRI 반도체 공정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 기업의 휴대폰용 마이크로폰 칩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다.

QSI는 ETRI 반도체 광원설계기술 및 특성평가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파장의 반도체 광원소자 특성개선을 위한 구조 검토 및 설계기술을 지원받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인터뷰/남은수 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장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창조경제 구현을 고민했는데, 우리는 장비 등이 있기에 1인 1기업 지원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실단위로 10여명 정도가 기업 지원에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ETRI가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1실1기업 지원은 바로 남은수 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장이 낸 아이디어다. 혼자서 기업 한곳을 맡기는 예산이나 시간이 감당 안되고, 기관과 기업 간 적절한 타협점이 1실1기업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1실1기업 지원제가 탄생했다.

정보통신부품소재연구소는 다른 연구소에 비해 유독 코스닥에 진입시킨 기업이 많다. 6개나 된다.

남 소장은 “AP시스템이나 알에프세미 등 코스닥에 진입한 기업을 배출한 연구소는 ETRI서 우리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품이 창업하기 가장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ETRI 본관 앞에 서 있는 상징탑 ‘미디어 첨성대’도 ETRI 부품출신 기업인 알에프세미(대표 이진효)와 AP시스템(대표 정기로), 빛과전자(대표 김홍만) 등의 기부를 받아 제작했다.

남 소장은 기업지원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연구과제와 기업요구 간 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가과제로 만들어 가야하는데, ETRI는 원천 R&D가 주이고, 기업들은 상품 쪽이어서 갭을 줄일 정책과 문화가 필요합니다.”

남 소장은 또 “앞으로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외 파트너를 미리 찾고 특허 등을 분석해 줄 마케팅 프로젝트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