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분자나 생체 자체가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우주에서 유래한 분자가 지구 생명을 탄생하게 만든 것일까. 취리히대학 연구팀은 최근 로켓 외부에 부착한 DNA 분자가 우주 공간을 탄도 비행하도록 하고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의 열을 견딜 수 있다는 논문을 온라인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적재물을 일시적으로 우주로 보낼 때 이용하는 관측 로켓에 샘플을 탑재한 다음 우주로 보내는 실험을 하면서 로켓 외부에 DNA 분자를 부착했다. 그 결과 780초 동안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DNA 분자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것. 회수된 DNA 분자는 원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이 사용한 관측 로켓은 2단 고체 연료 로켓인 VSB-30. 연구팀이 샘플로 선택한 건 플라스미드(plasmid)다. 인공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DNA 분자를 적재물 컨테이너 바닥과 로켓 표면에 이용하는 나사 홈, 기체 선단부 특정 부분 등에 배치했다. 이 로켓은 스웨덴 최북단에서 발사해 13분 동안 우주 비행을 마친 다음 귀환했고 적재물은 회수됐다.
연구팀은 DNA 분자 부착 장소를 소독 용액으로 세척하고 여기에 DNA 분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로켓 외부는 1,000도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DNA 분자는 잔존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남아 있던 DNA 분자 중 35%는 완전한 생물학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남아 있던 DNA 분자를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는 아주 적었다고 한다. 이런 변이는 우주 공간에 노출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DNA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강인한 분자라는 걸 시사한다. 로켓 기체 표면에 부착한 상태에서 대기권으로 재돌입해도 살아남을 만큼 강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에 있던 DNA가 우주선이나 탐사선, 착륙선에 붙어 오염될 우려도 지적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