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진화심리학 책을 보면 세상은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석기시대와 똑같다고 한다. 인류 역사를 경제 성장률과 인구증가의 관점에서 보면 17세기 이전까지는 매년 0.1~0.2% 성장했고, 산업혁명 이후 3%대로 올라섰으며 이후 정보화가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한다.
인구 증가도 지난 17세기까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 사실상 산업화를 1960년대에 시작했고, 정보화는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함께 진행했으니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내재적 모순이 생겼다. 세대마다 가치관 차이가 큰 것은 이런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들 때문이다.
내 세대의 직업 활동 기간 중 평균 경제성장률을 짐작해보면 5% 전후가 될 것 같다. 우리 10년 윗세대는 6~7% 수준이다. 지금 중고생 세대는 경제성장률 2~3% 시대에서 직업 활동을 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먹고사는 게 더욱더 척박해진다는 이야기다.
최근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워낙 똑똑한 사람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사업 토양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료나 의사는 서비스업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사업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다음 세대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산업현장을 이끄는 인재들은 1970·1980년대 학번의 공대생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박사 아버지를 협박할 때 “아버지 나 공대 갈거야!”라고 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제는 유수 대학 졸업생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다.
대만 미디어텍이 급속 성장한 것은 대만과 중국 출신의 젊고 우수한 공대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팹리스 기업은 40대 이하 젊은 청년 중에서 똑똑한 인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인재들의 꿈이 강남에서 연봉 6억원 받는 성형외과 의사라고 하니 안타깝다.
실리콘밸리에 출장 가면 세상을 바꾸려는 젊음의 패기와 역동성을 느낀다. 베이징 중관춘은 수많은 인재가 모여서 들썩들썩한다고 한다. 하지만 구로공단에 가면 세계를 향해 나가려는 회사는 거의 없고 어떻게 하면 삼성, 현대, LG의 하도급회사가 돼서 사업을 키울지 하는 생각들만 가득하다. 2000년 전후의 인터넷 버블이 오히려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명석한 학생이 관료나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똑똑한 학생이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하는 나라가 돼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지금 시대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처럼 과학과 공학을 이해하며 인문학적 소양과 경영 마인드를 가진 통섭적 인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계나 머릿속에는 조선시대 장원급제자처럼 국가가 내주는 문제의 정답을 잘 찾아내는 인재를 최고로 친다. 농경시대의 잔재를 정리하고 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고로 바뀌는 데 앞으로 한 세대는 더 지나야 하는 것 아닌지 씁쓸하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bruce@surplus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