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한국형 NPE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추진 한국형 NPE 사업계획 비교

도표는 정부가 기존에 만들었고 새롭게 만든다는 두 개의 ‘한국형 특허괴물(NPE)’ 사업계획을 비교했다. 1번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0년 삼성, LG 등 대기업 500억원 투자와 함께 총 2000억원을 투자한 인털렉추얼디스커버리(ID)다. 2번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투자 형태’로 새로 설립하겠다는 토종 NPE다. 두 NPE 사업은 운영목표와 방법에 전혀 차이점이 없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가 주장한 토종 NPE의 설립 이유는 ‘ID가 NPE로서 투자규모나 수익창출이 기대에 못 미쳐서 대안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슈&인사이트]한국형 NPE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면

영리단체와 비영리단체는 설립과 운영목적은 물론이고 운영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영리단체의 설립과 운영 목적은 당연히 이익 창출이다. 성과는 예상 이익의 달성 여부로 판단한다. 반면에 비영리단체는 이익창출과 전혀 무관한 사회공헌이 알파고 오메가다.

즉 외국기업 대상 특허권리행사사업(PEB)의 영리 목적과 외국 특허권자로부터 국내기업 보호, 기술 기반 국내기업 엔젤투자라는 비영리적인 목적은 서로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이라는 것이다.

한국형 NPE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면 두 목적 중에 하나를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의 가장 고통스러운 계륵인 I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금융위가 원치 않았다면 PEB 목적부터 달성하고 비영리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수순이다.

하지만 국책은행들이 투자한 회사가 국내기업 대비 외국기업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면 당연히 외국기업들은 WTO와 FRAND 제재를 시도할 것이니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미리 수립해야만 한다.

‘NPE로서 수익창출’은 투자규모가 아닌 강한 특허들로 가능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베리, 에릭슨, 소니의 연합 NPE인 ‘록스타 컨소시엄’의 특허 보유량은 달랑 4000개다. 이미 NPE로 사업 전환을 한 노키아, 에릭슨, 그리고 구글의 모빌리티 특허는 각각 1만6000개, 3만5000개, 1만7000개다.

반면에 설립 후 4년간 ID가 매입한 특허의 양은 1만개에 이른다. 즉 정량적인 면에서 ID가 ‘기대에 못 미친’ PEB 성과를 냈다는 근거는 없다. ID가 성과를 낼 수 없는 진짜 이유는 영리와 비영리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고 보유한 특허의 질이 ‘한국형 NPE’를 하기에는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NPE의 유일한 재산이자 무기인 특허는 사람이 만든다. 관련 PEB도 사람을 통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성공적인 한국형 NPE의 PEB 성패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제 겨우 4년차인 ID의 사장과 부사장이 두 번씩 교체됐다. 전략적이고 강력한 특허 검색과 적정가격 매입, 침해 피의자 물색, 특허권리 행사의 기본적인 3단계 NPE 운영과정은 1개 특허를 사용한 PEB라도 최소 5년은 소요된다. 그런데 2년에 한 번씩 수장을 바꾸니 지속성이 있었을 리 없다.

앞서 언급한 록스타 컨소시엄의 직원은 달랑 32명이다. 그 중 8명은 특허변호사, 10명은 역설계 엔지니어다. 우리 식으로 총무팀에 해당되는 직원은 5명, 나머지는 보조 직원이다. 회사의 운영 목적이 뚜렷하니 금융위가 한국형 NPE에 포함시킨 ‘금융, 투자, 컨설팅, 마케팅 등’의 인력은 필요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비해 알려진 ID의 인력은 50명이 넘고 그 중 절반은 주관기관인 산업부와 특허청 관련업무만 한다.

록스타는 그들의 주주 회사들에 연례 업무결과 보고와 익년 사업계획 인준만 받고 주주사들은 록스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금융위의 한국형 NPE가 PEB 및 향후 비영리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록스타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

신피터경섭 변호사 peter.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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