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잠정표준으로 제정됐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기술 표준안에 대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17일 총회를 열고 표준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지상파 방송인총연합회 등 방송 진영은 성명서를 내고 이번 총회에서 반드시 표준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700㎒ 주파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 통신 진영이 의결권의 40% 이상을 갖고 있어 표준 제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UHD 방송기술 표준안을 표준으로 제정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 표준 심의를 다시 요청했다. 지난 10월 잠정표준으로 결정된 이후 1년 내 정식 표준 재심의가 가능했는 데 두 달도 안 돼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지상파 UHD 기술 표준안은 지난 7월 TTA 총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바 있다.
한국PD연합회 등 현업방송인단체로 구성된 방송인총연합회는 “지상파 UHD 표준 놓고 핑퐁 게임 그만둬라”는 성명을 통해 “TTA는 이번 총회에서 UHD 표준을 정식으로 채택해 모든 시청자가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00㎒를 차지하기 위해 통신 진영이 표준 부결, 잠정표준이라는 꼼수를 부린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방송사 한 관계자는 “이미 UHD 시대가 다가온 만큼 지상파에 UHD 방송을 못하게 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주파수를 두고 페어플레이를 하려면 일단 표준은 내 주고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표준이 없으면 지상파 UHD 상용화도 그만큼 멀어진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잠정표준 채택 당시 통신사들의 입장은 방송사와 정반대였다. 우선 방송사가 최신 기술이나 국제 표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조급하게 표준을 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 추세 등의 확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잠정표준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조속한 표준 채택의 목적이 상용화보다 주파수 확보에 있다는 게 통신 진영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잠정표준만으로도 지상파 방송사가 700㎒ 주파수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잠정표준은 1년 후 재심사를 해야 하는 민간표준이지만 국가표준을 결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다. 민간과 국가를 막론하고 지상파 UHD 방송과 관련한 표준이 제정된 것은 처음이다.
통신사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이점을 활용해 정부와 통신진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도 지상파 UHD 방송 표준안이 표준으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통신사는 전체 500여 의결권 중 207표를 가지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700㎒와 지상파 UHD 표준이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방송사들은 이번에 표준안이 채택되면 통신업계가 700㎒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에 표준안 채택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UHD 표준 채택을 둘러싼 쟁점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