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4>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

“올해 매출은 2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ETRI를 믿고, 정말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신뢰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ETRI와 함께 가는 것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ETRI가 감성파노라마 영상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울트라 와이드비전(UWV) 모습.
ETRI가 감성파노라마 영상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울트라 와이드비전(UWV) 모습.

김동준 소닉티어 상무가 ETRI와 공동연구를 시작하던 3년 전 얘기를 들려줬다. 소닉티어는 지난해 ETRI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소장 김진웅)의 1실 1기업 지원 대상업체로 선정됐다. 지원 초기 맨바닥이던 이 업체 매출은 올해 2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입체음향 전문회사인 소닉티어는 하드웨어나 솔루션이 아니라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부가가치 시장을 만들어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것이 이 업체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3D시장의 제작단과 배급, 영화관까지 모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방송, 위성, 전파 등 3개 분야를 핵심 축으로 R&D를 수행하는 ETRI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소장 김진웅)가 돌비에 선전포고를 낸 소닉티어와 손을 잡고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뒷얘기다.

기초 및 원천 연구에서 제품 지원 및 개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가 맨바닥에 있는 기업이나 중소, 중견기업의 성장사를 함께쓰는 동반자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26개 연구실이 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308건의 기술 및 장비, 시험, 정보 등을 기업에 지원했다.

특히 이 연구소는 27개 기업에 75명의 연구원이 1개월간 투입되는 ‘상용화 현장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기업 입장서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대환영이다.

올해 연구소가 지원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소닉티어 외에도 에이엔디엔지니어링과 넷커스터마이즈 등을 꼽았다.

에이엔디엔지니어링은 ETRI로부터 전파 모니터링 시스템 상용화에 필요한 고가의 RF 안테나와 계측기 등 시험장비와 시스템 구성 등 기술적인 지원을 받은 케이스다. 이를 통해 32억원 규모의 필리핀 전파관리시스템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넷커스터마이즈는 고정밀 GPS 전파교란 감시시스템 개발 및 사업화 지원을 받아 10억원대의 매출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는 대표 연구성과로 UHDTV 방송 핵심기술과 상황인지형 텔레스크린, 3세대 전파 모니터링 기술을 선보였다.

내년에는 UWV(울트라 와이드 비전) 방송기술과 웨어러블 스마트미디어 기술, 전파기반 의료진단 및 치료기술, 무인기 ICT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UWV방송기술은 기존 16대 9 화면 비율을 벗어나 시청자의 시야를 모두 채우고, 입체음향을 제공해 현장감을 배가시키는 기술이다. 이미 7K×2K급 초고화질 파노라마 영상 획득 및 재현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 및 미디어 사업자와 새로운 UWV 방송미디어 포맷을 제안하고 표준화와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스마트미디어 부문에서는 미디어 단말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입출력 처리와 관련한 핵심요소기술, 서비스 플랫폼,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서비스 기술 등의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전파기반 의료진단 및 치료 부문에서는 현재 인체 조직의 전파 유전율과 도전율 정보를 이용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5㎜ 이하의 암을 검출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대 의대와 공동으로 임상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무인기 ICT 기반기술 부문에서는 내년부터 무인기 제어용 무선 통신기술개발을 시작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인터뷰/김진웅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장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인가를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연구원들 하루 생활도 꼼꼼히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진웅 방송통신미디어연구소장은 석 달 전 소장으로 발령받자마자 실별로 1시간 30분씩 연구내용 관련 세미나를 열어 연구소 전체 업무 및 R&D부터 파악에 나섰던 얘기부터 꺼냈다.

“세미나를 하면서 느낀 건 노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들 늘,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소장은 “그럼에도 연구원들이 편하게 생활해 왔다는 생각도 했다”며 “그 연구에는 도전정신이 다소 부족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쉬운 목표는 쉽게 달성되지만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함량이 부족하기 마련”이라며 “연구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일단 해보자는 얘기다. 역량이 안 되면 모를까, 되는 데도 안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닉티어 업무가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도 아니고, 외국 영화와 기술, 정보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연구원들은 주말에도 나가 일을 했다. 주말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회의를 소집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생존이 좌우되는 일이니 주말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맨땅에서 헤딩하다보니 고생은 엄청나게 하지만, 이젠 다들 노하우도 쌓이고 요령도 생겼습니다. 그런 고생과 보람을 얻는 과정에서 R&D하는 맛도 나고, 굵직한 성과도 쏟아지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