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발광다이오드(LED)는 이명박정부 녹색성장의 대표 산업이었다. 해외 자원 개발, 4대강 사업 등과 차원이 달랐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 공급망을 구축할 새로운 산업군 육성이었기 때문이다.
정책 기조와 세계적인 추세에 편승해 우후죽순 뛰어들었던 국내 업계가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 LED 칩·패키지·조명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선진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제도와 현실의 괴리감이 큰 탓에 되레 중국 업체들만 키워주고 있다. LED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중국산 칩과 부품을 팔고 있다. 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산 반값 LED 조명 제품을 내놓는다.
국산 LED 칩·패키지가 찬밥 신세가 되면서 투자에 나섰던 대기업들은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조명 업체와 중국 업체 사이에서 들러리에 불과한 지경이다. 실제 국내 LED 조명 시장에서 칩과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이 시점에서 LED 조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지난 3년간 우리는 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과 글로벌 업체들에게 안방을 내줬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LED 산업 부흥에 총력을 기울인다. LED 업체들에 고가의 장비 지원은 물론이고 공장 부지도 무상으로 준다. 심지어 공공건물 LED 조명을 의무화한다.
우리 제조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마트기기 시장 정체 때문에 갑작스레 활력을 잃었다. 더불어 친환경·고효율의 LED 장점을 앞세운 예상과도 달랐다. 지금까지 산업 현장에서,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이 애썼을 게 분명하지만 LED 산업만 놓고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LED 산업 현주소를 통해 전후방 연관 산업군에 대한 파급력을 깨닫는 일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 구조를 읽는 시발점이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경기 지표보다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