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블랙베리, 못 바꾸는 이유’

“I forgot my Blackberry.” 지난 11월 21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이용하는 헬리콥터 마린원에 타려다 다시 백악관 집무실로 되돌아갔다. 돌아온 대통령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면서 깜박했다며 헬기에 올라탔다.

오바마 대통령 ‘블랙베리, 못 바꾸는 이유’

블랙베리의 2015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분의 1 가량 줄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이후 줄곧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용해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8년 블랙베리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이젠 스마트폰을 바꿀 때도 됐다는 외신의 논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바꾸는 건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절대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용 블랙베리를 개발한 미 국가안보국 NSA의 전 관계자는 이런 과정 자체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NSA는 연구실을 설립하고 전문가 수십 명이 모여서 수개월에 걸쳐 개선을 거듭해야 했다. 단말기 내부에 손을 대 통신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하는 작업을 한 것. 알고리즘 검사나 단말 설계 등 어떤 것이라도 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기능은 모두 배제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블랙베리는 인기 게임 같은 것도 즐길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폰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 대톨령이 리무진 안에서 블랙베리를 스크롤할 때가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시간이라고 말할 정도 기능은 갖춘 모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자신의 추진하던 의료보험제도 개혁, 일명 오바마케어를 위한 젊은층 지지 집회에서 보안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아이폰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블랙베리는 뛰어난 암호화 기능 덕에 백악관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같은 정부기관은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들어 지난 2012년 블랙베리에서 아이폰으로 전환을 하고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백악관 역시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 단말로 환승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LG전자와 삼성전자 단말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400억원대에 맞먹는 광고 효과가 있는 만큼 만일 오바마 대통령마저(?) 스마트폰을 안드로이드로 바꾸면 블랙베리에겐 엄청난 손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