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시행착오에서 미래를 찾자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최근 몇 년간 암흑기를 걷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경영난으로 시장에서 퇴출됐고 승자독식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생존이 문제’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소수 정예로 재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두산중공업·CS윈드 등 대표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톱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견주며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성공가도에 올라선 국내 대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노하우를 엿본다.

한화솔라원이 중국 쉬저우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한화솔라원이 중국 쉬저우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세 번의 M&A로 덩치 키운 한화, 태양광 세계 1등 노린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태양광 시장에 ‘뚝심’ 투자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펼치는 모습은 다른 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당장 눈앞의 실적을 넘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유럽 등 세계에 태양광 에너지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알리는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김승연 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김 회장은 태양광이 국내외에서 미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표 신재생에너지라고 강조해왔다. 태양광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투자하며 ‘글로벌 1위’를 추구하면 침체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융합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은 작년 말 합병했다. 셀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거듭나고 글로벌 시장 1위 등극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오는 2017년까지 매출과 이익 등 모든 면에서 세계 톱3 자리를 굳히고 2020년에는 명실상부한 선두 자리에 등극한다는 포부다.

두 회사 합병을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태양광 합병법인의 셀 생산규모는 세계 1위인 3.28GW다. 3GW 이상의 생산라인을 보유한 경쟁사가 모두 중국 업체로 미국의 반덤핑규제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말레이시아·독일·중국으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해 수출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독일의 기술력으로 질적인 측면에서도 최고 수준 회사로 성장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도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크레딧스위스 조사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수요는 2015년 55GW 규모로 신장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 한화솔라원(옛 솔라펀파워홀딩스)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2012년 독일 큐셀을 사들이는 등 4년 만에 세 번의 인수합병(M&A)를 거쳐 세계 톱클래스 태양광 회사로 성장했다. 독일·중국·미국·말레이시아 등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 법인을 보유하는 한편, 본사를 한국에 두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합병 과정에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은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지분 양도만으로 이뤄진 합병방식을 취했다. 합병을 계기로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 국제 금융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나스닥 상장사로 거듭난다.

합병법인 출범을 계기로 한화그룹은 태양광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다각화된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수익성이 좋은 다운스트림(발전사업) 분야를 강화하면서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등 태양광 사업이 자생력을 갖춘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한화큐셀·한화솔라원)-모듈(한화큐셀·한화솔라원)-발전시스템에 이르는 태양광 사업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이에 더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다운스트림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 장기적이고 확고한 성장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서 그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법인 본사는 서울에 두고 독일 탈하임에 위치한 기존 한화큐셀 본사는 기술혁신센터로 탈바꿈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태양광 허브 국가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고, 한화그룹은 기존 한화큐셀이 영위하고 있던 독일의 앞선 기술력과 혁신성도 계승,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남성우 한화솔라원 대표는 “수익성 높은 다운스트림(발전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법인의 성장력과 자생력을 갖출 것”이라며 “전자·자동차 산업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역량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이제는 태양광으로 세계를 리드할 때”라고 밝혔다.

◇CS윈드, 덤핑 규제 뚫고 글로벌 풍력 기업으로 성장

CS윈드는 풍력발전기의 뼈대인 타워를 생산하는 업체다. 최근 수년간 세계 풍력 타워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은 강소 기업이다. 김성권 회장은 지난 1989년 CS윈드의 전신인 중산정공을 세우고 중동지역 철강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부도에 몰리는 등 위기를 겪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김 회장은 지난 2004년 CS윈드를 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만 에 골드만삭스로부터 47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성공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CS윈드는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을 세워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권 기업으로 성장한 CS윈드는 다시 한 번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지난 2012년 미국 상무부가 중국·베트남에서 생산된 풍력 타워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 판정을 내렸고 이후 이를 확정했다. 상무부는 CS윈드 차이나에 26.25%, CS윈드 베트남에 52.6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수출길을 차단했다. CS윈드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지만 남미·아프리카·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생산 라인도 다변화해 위기를 극복했다. 김 회장은 “당시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2년 이상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지금 보면 당시 선택으로 현재 해외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졌다”고 말했다.

CS윈드는 지멘스·GE·가메사 등 글로벌 풍력 기업에 타워를 공급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04년 70억원에서 2008년 1450억원으로 20배 증가했다. 2012년 3000억원대에 올라선 뒤 올해는 3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캐시카우는 캐나다 온타리오 사업이다. 삼성물산과 지멘스가 진행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타워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2011년 현지 공장을 설립한 이후 2017년까지 타워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캐나다 온타리오 프로젝트는 현지 생산으로 자국산과 취급되고 있어 금융 지원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공장 가동률이 수년간 계속 100%를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장 절차를 마친 CS윈드는 미국·영국 등 새롭게 부상하는 해외 풍력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파트너인 지멘스가 영국 동부 헐 지역에 건설하는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에 참여해 6MW급 해상 풍력발전기용 타워를 생산하기로 협약을 맺었고 이를 위해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선다. 이와 함께 최근 급성장하는 미국 현지에 타워 제조 공장을 구축해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 올해 일낸다

두산그룹은 인수합병으로 진영을 갖춘 연료전지 사업을 새해 본격 추진한다. 두산은 지난해 7월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선도 업체인 퓨얼셀파워를 합병했다. 앞서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를 출범시키며 사업 경쟁력을 단번에 확보했다.

퓨얼셀파워는 지난 2001년 설립된 주택용 및 중소건물용 연료전지 제조사다. 빌딩이나 가정에 온수를 공급하는 기술을 국내 환경에 최적화해 국내 시장을 이끌어왔다.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클리어에지파워는 미국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 UTC파워가 투자했지만 경영난 탓에 매물로 나왔다. 클리어에지파워는 건물용으로 쓰이는 인산형 연료전지(Phosphoric Acid Fuel Cell)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셀 스택의 안정성을 높였고 수명도 늘려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두산은 두 기업의 인수·합병을 발판 삼아 연료전지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연료전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 두산은 오는 2018년까지 연료전지 사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두산은 연료전지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18년 5조원, 2023년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료전지 핵심 기술력을 보유했고 동시에 한국과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2012년 2%였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중이 2024년 10%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도 10개 주에서 동일한 규제를 하고 있다. RPS는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퓨얼셀아메리카는 RPS 대응 연료전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한국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 퓨얼셀BG를 신설하고 그 아래 퓨얼셀코리아BU와 자회사인 두산퓨얼셀아메리카를 두는 등 조직 구성도 마쳤다. 향후 유럽·일본 등으로 넓히고, 발전용·가정용 중심에서 자동차 등 운송용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