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innovation)’.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기업에서는 업무나 사업의 ‘탈바꿈’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은 모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과제다. 특히나 이 과제는 한번 풀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한 CEO의 영원한 과제로 봐야 한다.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대표 역시 항상 혁신을 고민하는 벤처기업 사장이다. 그는 스티브 존슨이 쓴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혁신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며 이 책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혁신에 관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얻은 귀중한 사실은 아무리 좋은 책에서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실질적인 혁신 포인트를 찾긴 힘들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또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혁신에 관한 새로운 책에 도전하지만 대부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며 사실상 책에서 혁신의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책은 사람들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혁신의 실체’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공간’에 관점을 두고 기술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저자는 ‘강하고 잦은 충돌이 일어나는 공간’이 더 혁신적인 공간이라 강조한다. 그 대표적인 공간으로 산호초, 도시 등의 공간을 예로 들었다.
산호초는 지구 표면의 0.1% 정도를 차지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해양생물의 4분의 1 이상이 산호초에 살고 있다. 도시는 소음과 혼잡함에도 불구하고 인구 500만명인 대도시의 주민이 인구가 1만명인 마을 주민보다 3배 가깝게 혁신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공간을 산호초처럼, 도시처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탁월하고 풍성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책 중반에 ‘가장 좋은 혁신 연구실은 항상 조금은 오염이 돼 있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며 “회사 연구실이 지저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혁신이 저자의 생각과 유사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혁신 공간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보았다고 한다. 혁신 공간은 ‘연약한 연결고리들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박 대표는 “한 회사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혁신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연약한 연결고리와 같은 작은 ‘벤처기업’들이 비닐하우스 안의 고추모종처럼 빼곡히 자라나야 한다”며 “벤처기업들이 많아진다면 탁월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혁신 기업도 훨씬 더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