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기상품]고객 만족 없는 인기상품은 없다

LG전자는 올해 업계 최초로 핸드스틱·침구·로봇·진공 등 청소기 풀 라인업을 무선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유선 청소기에 대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선 결과다. 이같은 노력에 고객은 움직였다. 지난해 9월에 나온 무선 핸드스틱 청소기는 3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대임에도 3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전 시장이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얻어낸 성과다.

인기상품을 내놓은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나 같이 불황에도 고객의 마음만 읽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맞춰줘야 한다. 소위 간지러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쏟는다. 모 대기업은 상품 기획 인력을 해외 일반 가정집에 수주일 동안 거주시키기도 한다. 주부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들이 가전제품을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찾아내기 위해서다. 문화가 다른 만큼 우리와는 다른 그들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로 얻어낸 결과는 차기 모델 기획에 적용된다. 현지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강화하고 그들이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들의 요구에 맞게 개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럽향, 중국향, 인도향 등 지역 특화 상품이 나온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업체가 과거에는 국내에만 있었다면 이제는 전세계에 널려있다.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역직구 활성화로 유통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국내에 좋은 제품이 없거나 제품이 너무 비싸면 소비자는 바로 해외로 눈을 돌려 직접 제품을 구매한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소비자가 갈구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를 상품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 동시에 핵심 포인트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한다. 이 모든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많은 CEO들은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사실이다. 과거와 비해 체감 경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저성장기에 진입했다. 앞으로도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새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4%와 3.5%로 내려잡았다. 지난 5월 발표보다 모두 0.3%포인트씩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고, 투자도 가시적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중소벤처는 더욱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365곳을 대상으로 ‘새해 중소기업 경기 및 경제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78.9%가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못지않게 힘든 한해가 예상된다.

경기 탓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현명해지고 있다. PC·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제품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고 비교하며 구매한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적당히 만든 제품으로는 고객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위기라고 느끼며 소극적으로 돌아설 때 과감히 나선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최근 국내 유통업체 10곳은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미국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국내 소비자들이 대거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뛰어들자 그 대응 전략 일환으로 마련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한 업체는 올들어 가장 많은 일거래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위기를 좌시하지 않고 업계가 손잡고 공조에 나서자 소비자는 움직인 것이다.

전자신문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인기상품을 선정해 소개한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인기상품은 꾸준히 탄생한다. 경기 침체기에도 좋은 상품에는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올해도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제품들이 대거 꼽혔다. 고객의 요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 결과물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전자신문 인기상품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2014 하반기 인기상품’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정했다.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등 객관적 자료에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성·창의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 해당분야 전문기자의 평가를 반영했다. 시장에서의 인지도 역시 평가에 포함됐다.

평가는 객관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자 추천 상품 이외에도 온·오프라인에서 후보작을 접수해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후보작 평가는 통신·방송, 가전, PC·소프트웨어, 부품소재, 콘텐츠, 금융 등 주요 산업별로 나눠 이뤄졌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별 판매 실적을 최대한 고려했다. 오프라인 유통점, 인터넷쇼핑몰·TV홈쇼핑 등의 자료를 평가에 반영했다. 업계 전문가 의견도 인기상품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철저한 심사로 △고객만족 △마케팅우수 △품질우수 △브랜드우수 네 분야별로 인기상품을 선정했다. 소비자 구매 대상 제품은 신기술 적용과 마케팅 능력, 디자인 우수성, 소비자 반응도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았다. 기업용 B2B 상품은 기술력, 신뢰성과 이를 채택한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켰는지를 집중적으로 봤다. 중소·벤처기업 상품에는 현재의 성과 이외에 독창성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높은 배점을 줬다. 이를 통해 선정된 인기상품에 대해 심사자들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은 상·하반기 해마다 두 차례 인기상품을 선정한다.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적극 알리고,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소비자에게 우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앞으로의 시장 방향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