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피(selfie).’ 우리는 셀카라고 하지만 영어식 표현은 셀피다.
2013년 옥스퍼드 사전은 셀피라는 말을 올해의 단어로 지정하면서 이를 ‘스마트폰이나 웹캠으로 자신을 찍은 후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사진사이자 피사체가 되는 셀카는 최근 사진의 역사에서 한 장으로 기록될 정도로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제외하고도 인스타그램에만 6000만장 이상의 셀카 사진이 포스트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워치, 3D프린터, 호버 보드와 더불어 타임지가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셀카봉(selfie stick, 셀피봉)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셀카는 가장 대표적인 사진 양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교황이나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남녀노소 누구나 셀카를 찍는다.
셀카는 두 가지 점에서 회화의 자화상이나 일반 사진과 구별된다. 하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첨단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스턴트 메신저, SNS 등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전파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언제 어디서든 즉흥적으로 자기 자신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울을 활용하지 않는 한 자신을 찍으려면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데 전면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은 2003년 소니 에릭슨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그러나 셀카를 보편화시킨 기기는 2010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4’였다. 셀카가 붐을 일으키면서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까지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머지않아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의 화소 수가 같아질지도 모른다.
셀카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은 전면 카메라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0년을 기준으로 양분된다.
이때부터 소셜 미디어는 셀카가 뒤덮기 시작한다. 소셜 미디어에 셀카 사진을 올린다는 것은 사진을 거의 공개적으로 배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셀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자신의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여기서 초래될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셀카의 역사는 길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의 역사와 거의 같다. 사진술이 발명된 직후인 1839년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 화학자인 로버트 코넬리우스가 다게르타입으로 찍은 셀카는 최초의 자화상 사진 중 하나로 간주된다. 흥미롭게도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는 자신이 최초로 셀카를 발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초창기 셀카는 주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거울이나 타이머를 이용해 촬영했다. 그 이후 점차 개인, 즉 자기 자신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코넬리우스처럼 자기 자신을 찍는 셀카의 역사를 보면 우발적으로 찍힌 것에서 시작해 카메라를 테스트하려 찍다가 나중에는 회화의 자화상처럼 자아 표현의 예술적 양식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스마트폰을 활용한 셀카는 네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셀카를 찍는 동기는 무엇일까. 사회심리학자들은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통제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인정 욕구다. 소셜 미디어로 셀카를 배포한다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셀카는 지속되어 왔지만 욕망은 달라졌다. 과거의 셀카가 나르시시즘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셀카는 노출증과 관음증이라는 정신 병리의 표현이 있는 듯하다. 내 셀카에 ‘좋아요’를 클릭해줘!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leej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