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5>창의미래연구소

“최근 제기된 ICT 위기가 진짜 위기냐, 아니면 삼성의 위기냐.”

상징적으로 얘기하면 이 같은 고민을 풀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미래연구소(소장 정성영) 역할이다.

ETRI 연구진이 실험실의 측정장비를 이용해 모트금속절연체전이(MIT)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이 실험실의 측정장비를 이용해 모트금속절연체전이(MIT)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창의미래연구소는 지원자와 조정자, 연구자 역할이 혼재돼 있는 독특한 조직이다.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정성영 소장이 다원적 경영을 펼치는 이유다.

별칭도 따라다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CTO’라거나 ‘미래 전략기술의 길라잡이’라는 이름이다.

창의미래연구소는 김흥남 ETRI 원장이 우리나라 미래 ICT정책 및 R&D를 기획하는 통섭형 싱크탱크로 운영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창의경제연구부와 미래기술연구부, 산업전략연구부 등 3개 연구부와 7개 센터로 짜여있다. ICT 관련 이슈 분석 및 시장 등 전망 보고서 작업을 비롯한 ICT 국제표준화 활동과 기초·원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성과를 보면 기술인문사회 통섭, 기술사회 트렌드 예측, 창의정책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창의경제연구부는 국내 최고의 ICT 정책 플래너답게 굵직굵직한 보고서만 30건 넘게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창조경제정책 실현전략 제안 △에코사이트(ECOsight) 2.0 미래기술전망 △미래성장동력 플래그십 프로젝트 발굴 및 추진계획 수립 △2015년 5개 중점 기획 분야 기술시장 분석 △ICT기업 생태계 분석 및 활성화 전략 제안 △임무기반 R&D 활성화전략 △통신요금 인가제 검토 △CT R&D 국제공동연구 관리지침 마련 및 규정 제·개정 추진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술혁신 크리에이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미래기술연구부는 대표적으로 메가프로젝트 5대 과제를 기획 및 발굴했다. 메가프로젝트는 연 5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과제다.

5대 과제로는 ETRI 연구개발지원사업인 기초원천기술분야 기획 총괄,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 마이크로 그리드용 공통 플랫폼, 양자정보통신기술 등 신규 과제를 기획 중이다.

방송통신정책과 이머징산업, 기술전략 싱크탱크인 산업전략연구부는 미래이동통신 산업발전전략 보고서 제작을 시작으로 사물인터넷 기본계획 수립, 홀로그램 및 ICT 융합기술 발전전략 마련, ETRI 대표성과 종합가치 분석, 5G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발간 등 총 29건의 정책기획과 경제성분석 업무를 수행했다.

또 표준연구센터는 올해 16건의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 국제표준기고서는 총 332건을 만들어 제출하거나 발표했다. 의장단에 포함돼 활동하는 ICT 전문가만 30명이나 된다. 앞으로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관련 분야에서도 새로운 리더십 발휘가 기대되고 있다.

도전적인 과제, 원천·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6개의 창의연구센터들도 관심을 끈다. 이 센터들은 R&D 월드 클래스를 지향한다.

그래핀소자와 테라헤르츠 포토닉스, 모트금속절연체전이(MIT), 투명소자 및 사용자경험(UX), 나노전자원, 시냅스 소자를 핵심으로 각각 R&D를 수행 중이다. 대외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과학기술연구회나 한국연구재단에서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투명하고 휘어지는 그래핀 센서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테라헤르츠 두께측정 기술, 물속에서도 동작하는 투명유연 촉각센서, 덴탈용 엑스선 튜브, 신경자극-신호신경 기록 폐회로 시스템 구현 등 다양한 연구결과물을 올해 쏟아 냈다.

또 최춘기 박사는 최근 대전시가 시상하는 올해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경기욱 박사와 박경현 박사도 국제학회에서 수상하는 등 점차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창의미래연구소는 국내외 ICT 분야 정보자료의 종합적, 체계적인 수집과 관리, 유통을 통해 ICT 분야 국가 대표 도서관 위상을 지니고 있는 전자도서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제공하는 정보는 정부부처 보도자료와 ICT 동향, 경제 동향, ICT 통계, 연구보고서 등과 매주 입수하는 최신 자료 중에서 중소기업 관련 ICT 자료를 선별해 제공한다.

또 매주 월요일 메일진(HTML) 형태로 제작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온라인 발송한다. 메일진 명칭은 ‘1실 1기업·맞춤형 기술지원-금주의 ICT 동향정보’다.

지난 5월 1호를 시작으로 12월 1일 기준 현재까지 27호를 제공했다. 메일진 수신자는 168개 기업 소속 직원 307명이다. 건수로는 총 718건이 제공됐고, 2604건을 다운로드 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인터뷰] 정성영 ETRI 창의미래연구소장

“창의미래연구소라는 이름에 걸맞는 연구개발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가장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 소장이 주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ICT에 거는 국가 사회적 요구’다. 미래 기술과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나친 기술 중심의 접근이 공공 R&D의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미래사회 및 기술 전망에 국가사회 수요를 결부시키는 방법으로 ETRI의 임무중심 R&D 수행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안에서 공익적 연구기능을 안정화시키고, 도전적·창의적인 연구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ICT 기술비전과 국가수요를 접목시켜 R&D 성과를 제고하자는 것이다.

정 소장은 “초식동물이 고기를 먹을 수 없고, 육식동물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없다”는 지론도 폈다. ‘잡식성’으로 변해가는 연구원 분위기를 다잡고,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논리도 폈다.

“R&D의 최적화와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출연연이 일류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연구자들이 좋은 R&D를 하도록 R&D방법론과 성과창출 등 혁신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정 소장은 연구원 창업에 대해선 “기업체와 출연연, 대학이 ‘스크럼’을 다시 짜야 한다”며 “특히, 실질적 협업과 인력 선순환이 가능해야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