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기념비적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면 첨단기술이 극도로 발달했을 것이라 예상한 2000년대 모습이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 묘사된 미래 세계의 첨단 기기들이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휴대전화와 비슷한 개인용 단말기, 구글 글라스와 닮은 안경 모양의 장치 등 많은 부분이 현실화됐다. 최근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비행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머지않은 미래 모습을 구현해 많은 관람객을 끌었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무한 욕망을 가졌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 예측에 목마름이 크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이맘때 미래 전망과 흐름에 대한 책과 뉴스가 쏟아진다. 세계는 지금 미래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학에 바탕을 둔 세계적인 연구형 대학 미국 카네기멜론은 생체 모방력을 지닌 ‘소프트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 미래 주력분야로 꼽고 있는 헬스케어사업과 관련한 R&D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유명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함께 인공지능과 생체인터넷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MIT 미디어랩 출신의 가상현실(세컨드라이프) 전문가를 UX분야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21세기 미래연구의 특징은 다양한 요소를 꿰뚫는 융합과 통섭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융합 키워드다. 디자인의 핵심가치는 형태와 모양에 치중한 스타일링에서 상상력, 창조성과 함께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특히 기술이 최첨단을 향해 갈수록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해 사용자의 숨겨진 욕구와 감성을 충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속성장을 위한 관건이 된다.
우리 디자인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게 현재 직면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경상남도 양산에 건립 중인 미래디자인융합센터의 역할에 기대가 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래디자인융합센터는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 인간중심의 가치창출과 연구역량의 극대화를 목표로 디자인 산업과 지역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다. 기존 과학기술 혹은 산업기술 연구센터가 있지만, 정부 차원의 미래디자인 연구와 전략을 위한 연구센터는 처음이다. 주요 과제는 미래디자인과 산업융합연구, 광역권 및 지역디자인연구, 공공서비스 등 서비스디자인연구와 K디자인 확산에 관한 연구 등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디자인경영과 융합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혁신을 위한 연구를 중점 지원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공급자 관점에서 결과를 제공했던 기존 연구소와는 달리 사용자 요구 중심의 현장과 사용자 분석, 인접분야와 지역연구기관과의 개방적 협업과 자원 공유,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운영으로 연구성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융합을 통해 우리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디자인과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종합 연구·지원 인프라로서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디자인의 가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미래·융합·혁신 이 세 가지 가치창출 키워드를 포용하는 미래디자인융합센터에 대한 디자인계 및 산업 각계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고객중심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디자인융합센터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디자인연구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taeyong@ki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