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원조 창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구글(1998년), 링크드인(2003년), 테슬라(2003년), 페이스북(2004년), 트위터(2006년)등 근래 20년간 전 세계인의 삶의 모습을 바꿔놓은 혁신적인 기업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다. 아무리 세계 곳곳에서 창업의 토양이 다져지고 있다 하지만, 원조 창업의 요람 실리콘밸리를 빼놓고 ‘창업’을 이야기 하기 힘들다.

<표 :미국 전역 벤처 투자 자금 중 실리콘밸리에 투자되는 비중>
 <자료 : 네셔널 벤처 캐피털 연합회>
<표 :미국 전역 벤처 투자 자금 중 실리콘밸리에 투자되는 비중> <자료 : 네셔널 벤처 캐피털 연합회>

창업인에겐 한 번쯤 꼭 들러봐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기 위한 수많은 서적과 연구소가 생겨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수십년간 굴지의 IT기업을 배출해낸 노하우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원조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풍부한 자본...실리콘밸리의 힘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벤처 스타트업 개수만큼 수많은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이 있다.

엔젤투자자는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에 자금지원이나 경영지도를 해주는 개인투자자다.

벤처캐피털은 엔젤투자자 다음으로 스타트업이 발전을 가속화하거나 기업공개까지 갈 수 있도록 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사다.

미국 전역의 벤처투자 자금은 2013년 기준으로 약 293억달러(약 31조7817억원) 정도다. 이 중 실리콘밸리에 투자되는 자금이 40% 이상으로 121억달러(13조1248억원)에 이른다.

특히 엔젤투자가 활발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이뤄낸 벤처인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잘 짜여 있다. 2012년에 실리콘밸리 내 엔젤투자자는 약 1520건에 자금을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수합병(M&A)이 매우 활발하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인수합병은 약 281건이다. 뉴욕에서 74건의 인수합병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인수합병이 활발하면 투자했던 자본의 재투자도 비일비재해진다.

시스코는 2012년까지 150회가 넘는 인수합병으로 기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도 100건이 넘는 인수합병을 지속하면서 기업의 체질개선, 성장을 지속해 왔다. 특히 대부분의 벤처기업 지분율은 창업자 할당이 높아서 기업 인수에 따른 보상도 크기 때문에 인수 합병이 활발할 수 있는 유인책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튼튼한 보육 인프라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저절로 창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자본을 투자받기 위해선 일단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날 기회가 많아야 한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인프라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른바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라고 불리는 기관을 통해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이 두 기관은 초기 스타트업이 기업의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투자를 받거나 교육, 자문을 받을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테면 하나의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회계, 재무 등 다방면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 모두 챙기기에 버거운 부분도 있다. 스타트업 보육 센터는 스타트업이 오직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나머지 회계, 세금 등과 같은 부가 일을 맡아 해결해 주거나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액셀러레이터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er)와 500스타트업스(500Starttups)가 있다. 그외에도 실리콘밸리에는 창업 액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팅센터가 300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이같이 실리콘밸리형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보육센터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업가 정신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창업 한 번만에 성공을 일구긴 힘들다.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많은 젊은이가 스타트업에 눈을 돌릴 수 있다.

한번의 실패로 재기가 불능하다면 더 이상 좋은 인재는 창업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 미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쏟아지는 것은 ‘한번 해볼 만하다’는 도전정신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본, 인프라를 모두 떠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사라진다. 실패를 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와 도전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만나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