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테이프(Scotch Tape)는 접착용 셀로판테이프를 총칭하는 일반 명사로 쓰인다. 하지만 스카치테이프를 발명한 곳은 스카치, 그러니까 스코틀랜드가 아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를 중퇴하고 작은 사포 회사에 취직한 리처드 드루이(Richard Drew)라는 청년이 발명한 것이다.
리처드 드루는 1899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그는 밴드 연주를 해서 번 돈으로 미네소타대학 기계공학과에서 1년을 공부하다가 중퇴한 다음 연주를 하면서 기계 설계 공부를 병행했다. 그는 3M연구소가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에 지원했다(3M은 1902년 설립한 회사미네소타 채광 제조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는 줄임말이다).
1920년대는 투톤 컬러를 채택한 자동차가 유행했다. 그런데 페인트칠을 하려는 사람에게 투톤 컬러는 골칫거리였다. 먼저 한 가지 색상을 바른 다음 일부를 덮어놓고 다른 색상을 입히는 식이었다. 도장 공장이나 정비공 모두 시행착오를 반복했지만 페인트를 바른 곳에 신문을 씌우고 테이프를 붙여도 떼어낸 다음 끈적끈적한 문제가 남았다. 심한 경우에는 다시 칠을 해야 했다.
리처드 드루는 이런 불만을 듣고 끈적거리지 않는 테이프를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2년에 걸쳐 실험을 거듭한 결과 1925년 스카치 마스킹 테이프를 개발해냈다.
스카치 마스킹 테이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리처드 드루는 말단 사원에서 단번에 연구소 기술 부문장으로 승진한다. 그는 1929년 또 다른 아이디어 실용화에 나선다. 당시는 프랑스 듀폰이 셀로판을 발명해 슈퍼마켓이나 빵집에서 예쁘게 포장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투명한 셀로판도 이를 고정시키는 테이프의 색상 탓에 모양이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리처드 드루는 이에 착안해 투명 셀로판을 이용한 투명 테이프 개발에 착수한다.
그가 발명한 제품은 바로 스카치 셀로판테이프(Scotch Brand Cellulose Tape)다. 대공황 기간 중 출시됐지만 스카치테이프는 가정에 널리 보급됐다.
그런데 이런 테이프에 스카치라는 브랜드를 붙인 이유는 뭘까. 스카치 마스킹 테이프 시험을 자동차 도장 공장에 처음 부탁할 당시 페인트공이 불평을 하면서 어째서 접착제 하나로 이렇게 구두쇠처럼 살았냐(Why so Scotch with the adhesive)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설도 있지만 이유야 어쨌든 1920년대 당시에는 스코틀랜드는 검약의 대명사였다고 한다. 스카치라고 하면 인색한 사람이나 엉터리 물건 같은 걸 가리키는 속어였던 것. 인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 같은 실용성을 갖췄다는 뜻에서 브랜드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