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의 기존 점포가 2014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원년을 기록했다. 원인은 20·30대 소비자들이 백화점 매장을 떠나 직구, 모바일, 아웃렛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롯데그룹 고위 관계자)
“쿠팡에서도 신선식품을 파는 시대다. 베이비부머들도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다 보니 대형마트는 규제 외에도 경쟁 심화라는 벽에 부딪혔다.”(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 관계자)
지난해 1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15년 유통전망 세미나에서 유통 채널별로 내놓은 2014년 시장 분석 결과는 무거웠다. 내수 침체와 모바일·직구로 소비자 대거 이동, 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 고용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2014년 유통 기업들은 혹한기를 통과했다.
특히 유통 업계에는 2014년 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모바일과 직구의 폭발적 성장세에 대해 새해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새해 유통 업계의 내수 진작 노력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큰 틀에서의 ‘옴니채널’ 전략을 필두로 모바일과 I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접점 마련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또 주력 소비자의 인구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소비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를 겨냥한 마케팅도 한층 활발히 펼칠 예정이다.
◇옴니채널, 선택이 아닌 필수
뭐니뭐니 해도 새해 유통업계가 내수 진작을 위해 공통으로 제시한 화두는 ‘옴니채널’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온라인에서 가격과 소비자 반응 등을 검색해본 뒤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이 확산되고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결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은 유통 기업 홍보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이미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각종 서비스로 하락하던 매출을 끌어올렸다. 의류 브랜드인 갭(GAP)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온라인 예약, 매장 픽업 서비스를 도입해 2014년 4월 현재 전년대비 21.5%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아마존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무료 라커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월마트는 도시에서 근무하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이를 소비자가 거주하는 외곽의 페댁스 사무실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지휘 아래 옴니채널추진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롯데백화점에서 스마트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선도적으로 초기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올해는 이 개념을 본격 적용한 서비스가 전 유통업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옴니채널 전략을 안정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가려면 단순히 일부 서비스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대비책 마련에도 돌입해야 할 시점이다.
이용호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 부장은 “옴니채널 유통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메이시백화점의 사례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물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라며 “흩어져 있는 유통 채널들의 백오피스 시스템 통합도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고객을 잡아라
“2014년 소매시장 성장률은 고작 0~1%에 그칠 것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시장은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13조2100억원 규모로 급팽창했습니다.”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상근부회장은 모든 유통 채널에 걸쳐 모바일의 급성장세에 주목했다.
바야흐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열어 상품을 검색하고 SNS에서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은 뒤 즉시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새해 기존 온라인 쇼핑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해온 모든 유통채널들도 모바일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대형마트들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무일 등의 영향으로 매출 신장세가 3년 연속 꺾였지만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 등으로 온라인 부문 매출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각종 IT 기반 서비스를 발빠르게 도입했던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전년 55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45.4% 성장했다.
모바일 장보기가 보편화하면서 새해 대형마트들은 모바일을 통한 한층 세분화한 맞춤형 장보기 정보 제공, 모바일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고 인근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물품을 픽업하는 서비스 등을 보다 정교화할 계획이다.
백인수 롯데그룹 미래전략센터 유통총괄 이사는 “백화점이 아웃렛 출점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마냥 늘어날 상황은 아니다”면서 “점포는 출점하지 않으면 고객이 늘지 않지만 모바일 쇼핑은 점포 수와 상관없어 새해 패션 매장 중심의 백화점도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연중 세일로 불황 타개 나서
유통업계가 내수 진작을 위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중국 관광객’ 이른바 ‘유커’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롯데 본점은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16.5%가 중국인 고객으로부터 창출됐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중국인 매출실적이 전년보다 무려 136% 늘었고 외국인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50%에 달한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중국인 VIP 고객은 제2의 내수로 불릴 만큼 구매력이 커 내수 부진을 타개할 중요 성장동력”이라며 “핵심 고객으로 자리잡은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연중 다양한 중국인 대상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통 업계는 기존에 계절별, 주요 쇼핑 시즌에 맞춰 정기 세일 등을 진행한 공식을 과감하게 깨고 내수 진작을 위한 ‘연중 세일’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등을 겨냥한 공격적인 할인 행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외 직구 열풍 이후 유통기업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하고 저렴한 PB상품에 대한 추가 할인에 들어가는 등 내수 진작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새해에도 직구 열풍에 대응하고 불황 타개를 위한 상시 세일을 다양하게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