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며 전 세계 제품 생산을 이끌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메이드 인 차이나 기업’ 중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의 창업 중심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IT 개발과 창업 환경을 구축하며 내로라하는 매머드급 IT 기업을 배출했다. 그들의 토대가 된 곳은 베이징과 선전이다.
베이징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이 자리 잡고 있다. 중관촌은 전체 면적이 48㎢에 달하는 첨단 산업 클러스터다. IT, 바이오, 항공 등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첨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2만여개의 기업이 위치한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00개 정도는 여기 자리해 연구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중관촌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지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1998년 중국 국무원이 중관촌을 ‘베이징 신기술 산업개발 시험지역’으로 승인한 이후 2006년 시작한 중국 제11차 5개년 계획과 베이징시 지원으로 중국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발전했다.
중관촌은 중국 최고 IT 기업을 대거 배출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 IBM 서버사업부터 모토로라의 휴대폰사업까지 인수한 PC 업체 레노버,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샤오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들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중관촌에서 성장했다.
중관촌은 200여개의 과학연구기관, 40여개의 대학, 공공기관, 기업이 모여 최적의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적자원도 우수하다. 중관촌 내 취업자 중 전문대졸 이상 인력은 11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69.8%를 차지해 중국 첨단산업 클러스터 평균치 51%를 상회하며 중국의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창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마성제(馬勝杰) 중관촌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중관촌에서 엔젤투자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며 “2013년 엔젤투자협회, 청년엔젤투자회, 엔젤백인회 등 엔젤투자 관련 조직이 잇달아 생겨나 중관촌은 엔젤투자의 황금기에 진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선전은 중국의 최고 창업 도시 타이틀을 넘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촌을 넘어서 벤처 창업의 보금자리로 각광받는 추세다.
선전시는 지난 1980년 중국의 첫 경제 특구가 되며 해외 기업을 대거 유치한 데 이어 이제는 자국 스타트업 육성이 노력을 쏟고 있다. 한국, 일본 등 해외 유수 전자업체들의 생산기지로 발전한 힘을 토종 기업 육성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선전은 기준 인구 1000명당 사업체 수가 73.9개로 베이징의 71.7개를 넘어섰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인터넷 서비스 및 게임업체 텐센트 등 유명 기업을 배출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선전에서 창업을 하며 중국 대도시 중 창업자 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선전이 이렇게 창업의 메카로 클 수 있던 배경에는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 있다. 보통 엔지니어가 구상한 제품을 1주 이상 걸려 시제품으로 제작하던 것과 달리 선전에서는 보통 하루, 이틀이면 제품으로 바로 나온다.
세계의 생산을 이끌며 구축한 전자부품 산업 기반과 우수한 인력도 큰 자양분이 됐다. 선전은 두터운 전자부품 산업에 바탕을 두고 신속하게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 IT 기업에서도 선전을 주목하고 그 안에서 탄생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선전에는 개성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했다. 선전 전자상거래 업체 ‘오케이웨이’는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두려워하는 신생 기업으로 불린다. 가입자들이 지인에게 제품을 홍보해 판매하면 수수료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의료 분야 스타트업 창업도 늘어났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모여들며 성장에 필수요소인 투자 환경도 빠르게 크고 있다. 선전에는 신생 기업에 투자를 원하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나 중국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관촌 기업 주요 실적(기간:2014년 1월~10월) / 자료: 신화통신>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