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스마트가전’을 생활가전의 차세대 모델로 내세웠다. 삼성은 지난 2월 ‘삼성 스마트홈’을 본격 출시, 가전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을 선보였고 LG는 모바일 메신저와 연동된 ‘홈챗’으로 누구에게나 편리한 스마트가전 모습을 소개했다. 특히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코드리스 청소기 전 라인업을 갖춰 기술 우위를 뽐냈다.
TV 부문은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의 4K UHD 생중계에 힘입어 5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이 UHD로 옮겨갔고 곡면(커브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기존 평면 LCD를 대체할 차세대 TV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TV 시장 1, 2위를 나란히 수성하며 ‘TV의 나라’의 면모를 보여줬다.
4K UHD는 튜너를 뺀 ‘디스플레이 TV’라는 새로운 상품군도 탄생시켰다. 삼보컴퓨터와 인켈 등은 내장 튜너 대신 셋톱박스에 연결해 TV 시청을 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 70인치대 4K 디스플레이를 출시했다. 중견·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한 소형가전 부문은 상반기 세월호 사태로 경제 불황과 기후변화,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소형가전 부문에서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었던 제습기 수요가 올해는 ‘마른장마’로 판매가 크게 늘지 못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가 두 번의 매각 협상 실패 후 대유그룹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대유위니아’로 변경했다. 대유그룹은 대유위니아를 키워 IPO 각오까지 다졌다. 동양매직도 NH-글랜우드 PEF로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 매각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삼성전자 출신의 최진균 부회장을 영입해 기존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온 제품군을 프리미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카메라 시장도 스마트폰 카메라 보급 여파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40% 이상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라인업을 확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해외 업체들의 국내 음향가전 진출에 국내 업계의 맞대응도 이뤄졌다. 이어폰, 헤드폰 등 소형 부문에서 소니의 독주가 계속된 가운데 독일 젠하이저가 지사를 설립,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해 ‘레벨’ 브랜드 제품을 출시했으며 LG전자는 블루투스 헤드세트 ‘톤플러스’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사운드바와 홈시어터도 국산 TV의 순항과 함께 동반 성장했다.
하지만 모뉴엘의 파산과 조아스전자 등 중견 가전업체의 잇따른 실패는 국내 가전 업계의 약한 기반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중심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내수 점유율 또한 하락하며 국내 업계에 ‘내수 강화’라는 숙제를 남겼다.
송혜영·서형석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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