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리마 기후변화총회의 의미와 남은 과제

이희철 환경부 국제협력관.
이희철 환경부 국제협력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0)가 종료일을 이틀이나 넘기는 진통 끝에 최근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리마 총회는 지난 11월 미국과 중국이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전향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큰 기대감 속에 열렸지만, 막상 협상에 들어가자 선진국과 개도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마지막 순간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리마 총회의 주요 성과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지난해 바르샤바 총회(COP19) 결정에 따라 각국이 내년 중 제출하기로 한 2020년 이후(포스트2020) 감축목표(INDCs)에 대한 구체적 제출 지침이 결정됐다. 감축목표 제출 시 기준연도, 계획기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 등을 적시하도록 했으며 제출된 감축목표가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억제라는 관점에서 책임과 의지를 반영하는 수준임을 설명하도록 했다.

아울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제출된 감축목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2015년 10월 1일까지 제출된 각국 감축목표의 총량적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그 다음달까지 준비하도록 했다.

둘째, 2015년 말 파리 총회(COP21)에서 채택하기로 한 ‘신기후체제 협정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 문서는 협정문에 들어갈 내용을 감축, 적응, 재정 등 주요 요소별로 제1안, 제2안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문서를 토대로 내년에는 최종 합의문 도출을 위한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이다.

셋째, 2020년 이전까지의 감축노력 강화를 위한 결정들이 있었다. 선진국들의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감축목표를 담기 위해 지난 2013년 카타르 도하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 개정안’의 조속한 비준 촉구, 감축 여지가 많은 정책수단 검토를 위한 전문가회의 지속 개최 등이다.

마지막으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할 녹색기후기금(GCF) 초기 재원이 약 102억달러까지 조성됐다. 미국 30억달러, 일본 15억달러, 영국 11억달러 등 재원기여 약속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 리마 총회를 계기로 노르웨이, 벨기에 등 몇나라가 추가 기여 약속을 하면서 총액이 100억달러를 넘게 됐다.

리마 총회에서는 일단 2015년 신기후체제 협상 타결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명확한 신기후체제 협정문 초안을 도출하지 못한 점, 선진국이 2020년부터 연 100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장기재원의 구체적 조성방안이 결정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2020년 이후 감축목표 설정에 보다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감축목표 제출 시 다행히 국가의 능력·수준의 부합 정도와 의욕적인지를 설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GCF 유치국이면서 2013년 GDP 기준 세계 14위, 2011년 기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에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내년 1분기까지 감축목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UN사무국은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에 대한 총량적 검토 보고서를 11월 1일까지 작성하도록 돼 있어 우리의 감축목표 제출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말 파리 총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현 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기후변화협약 협상의 추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이희철 환경부 국제협력관 hclee1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