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부과 방침으로 석유화학업계 경영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수요 감소, 경쟁기업 증가와 더불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삼중고에 직면해 산업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석유화학협회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가 경쟁력이 해외 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22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을 거쳐 나오는 제품으로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사용된다.
기획재정부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새해부터 1%의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2015년도 할당관세 운용방안’을 마련하고 현재 검토 중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의 가격 안정을 위해 기본 관세율 기준 40%포인트 범위에서 세율을 내려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관세 제도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정부는 할당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유가하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나프타 재고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에 제품 판매가격은 하락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또 새해 시행되는 배출권 거래제와 화평법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동 에탄가스, 북미 셰일가스, 중국 석탄화학의 출현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이미 하락하는 추세다. 근래 중동산 PE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08년 20%에서 지난해 4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국 제품 점유율은 21%에서 13%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부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은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 1%를 부과하면 석유화학업계는 연간 1400억원의 세수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이와 함께 정유 등 전방 산업의 영업이익은 1207억원 감소하고 적자 기업이 8% 증가하는 등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협회 관계자는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는 중국 제품 및 셰일가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면서 “합섬원료, 합성고무, 합성수지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섬·고무·플라스틱 제조업 등 전방위적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에 대한 무관세가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