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 업계가 규제 강화, 관세 부담이라는 추가적인 악재들에 직면했다.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수입 원료 관세 부과와 배출권 거래제도, 신재생연료혼합의무제도(RFS) 등 각종 규제가 무더기로 시행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새해 나프타 제조용 수입 원유에 1%의 관세를 부담하고 배출권거래제도, 화평법, 화관법, RFS 등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기획재정부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새해부터 1%의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2015년도 할당 관세 운용방안’을 마련하고 현재 검토 중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의 가격 안정을 위해 기본 관세율 기준 40%포인트 범위에서 세율을 내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관세 제도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정부는 할당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정유 업계는 13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조세 부담과 12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와 함께 내년 7월 31일부터 시행되는 신재생연료혼합의무제도(RFS)에 따라 국내 판매 수송용 경유에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현행 2%에서 2.5%로 상향해야 한다. 국내 판매 경유 물량 감소와 더불어 바이오디젤 조달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석유화학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석유화학 업계는 국내 정유사로부터 나프타 소비 물량의 55%를 구매하고 있다. 관세 부과는 곧 원료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배출권거래제도와 화평법·화관법 등 새로운 규제가 시행돼 경쟁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하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나프타 재고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에 제품 판매 가격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동 에탄가스, 북미 셰일가스, 중국 석탄화학 등의 출현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이미 뒷걸음질 치는 추세다. 근래 중동산 PE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8년 20%에서 지난해 4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국 제품 점유율은 21%에서 13%로 각각 감소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이날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경쟁력이 해외 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는 중국 제품 및 셰일가스 등 원가 경쟁력이 우수한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면서 “시황이 부진한 와중에 각종 규제와 할당관세까지 부담한다면 생존경쟁을 치러야 하는 내년도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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