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돌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스몰오버랩 테스트(Small overlap test)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상황과 거리가 있는데다, 이미 충분히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한 평가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국토부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교통안전공단 첨단안전평가실 이은덕 연구원은 "승객이 입는 부상엔 이미 진행 중인 정면충돌 테스트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교통사고 데이터로 유형을 분석한 다음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해당 평가를 실시하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윤영한 교수도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국내 도로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내 고속도로와 국도엔 대부분 가드레일이 설치돼 차가 교차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시내에선 속도를 내지 않아 큰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다"면서 "오히려 에어백을 개선해 여러 각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대비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까지 이 테스트를 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걸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40% 부분 정면 충돌까지만 테스트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감싸주려는 게 아니냐는 것과, 수출 위주의 자동차 산업에서 안전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지난 2013년 IIHS가 처음으로 도입한 항목이다. 시속 40마일(약 64km) 속도로 운전석 앞부분 25%를 충돌, 피해 정도를 평가한다. 차가 충돌할 때 운전자가 본능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틀어 방향을 바꾸는 것을 고려, 실제 사고와 가까운 상황을 연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도입됐을 땐 국토부에서도 해당 테스트에 대응하려 분주했던 걸로 안다"면서 "시간이 지난 지금, 해외(특히 북미) 안전 기준에 맞춰서 차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평가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극단적인 평가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를 배려해 평가를 준비할 시간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니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했다.
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