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에도 대기업의 ‘고용없는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기업과 수출, 제조사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지만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새로운 트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그 답을 ‘벤처’에서 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선진국 일자리 대부분은 신규로 창업한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다. 미국은 4%의 벤처기업이 60%의 일자리를 공급했다.
스탠퍼드대학 동문 기업 수는 3만9900개에 달하며 일자리 수는 약 540만개다. 매출액은 총 2조7000억달러로 세계 5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잘못했다가 신용불량자 전락한다’는 우리 사회만의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상 벤처창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대폭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청년 고용률(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0.9%)보다 10% 이상 낮다. 캐나다(63.2%), 영국(60.2%), 독일(57.7%) 등과 비교하면 20%포인트(P) 가까이 차이난다. 미국(55.7%)과 일본(53.7%)도 우리보다 높다. OECD회원국 중 청년고용률이 40%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교육 이수율은 66%로 6년째 OECD 회원국(평균 39%) 중 압도적 1위다. 2013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본인 또는 본인 자녀의 경제활동 선호 순위는 공무원(34.2%), 전문직(27.9%), 대기업(17.1%), 자영업(10.9%), 중소기업(9.9%)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일자리의 기대치를 높여 공무원과 대기업에는 대기자가 속출하지만 중소기업은 기피해 취업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매치가 한국이 처한 일자리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벤처 창업은 주로 청년들이 한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청년 창업 비율은 가장 낮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질 좋은 일자리를 정부와 대기업이 제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려는 도전 정신은 약하다. 한국의 청년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한국의 청년들은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청년 고용률 (2012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