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와 은행 간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앓은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을 마침내 인수하게 됐다. 사외이사 사퇴와 지배구조 개선안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24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어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이 지난 18일 금감원에 제출한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개선계획을 내년 3월까지 충실히 이행하라고 전제가 붙었다.
이로써 KB금융은 지난 8월 승인신청서를 접수한지 4개월만에 LIG손보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KB는 6월말 구본상 등 대주주 8명이 소유한 LIG손해보험 발행주식 총수의 19.47%(1168만2580주)을 6850억원에 주고 샀다.
LIG손보 인수로 3분기 기준 KB금융의 자산은 399조원(신탁 및 관리자산 포함)으로, LIG손보의 자산 22조원(10월말 기준)을 더하면 총자산 421조원의 명실상부 1위 금융그룹으로 부상하게 된다. 2위인 신한금융 자산규모는 401조1000억원으로 자산 격차가 20조원가량 벌어지게 됐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지만 LIG손보가 합류하면 비은행 계열사 순익 비중이 30%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무엇보다 올해 각종 금융사고와 금융당국의 중징계, 경영진 교체 등으로 얼룩졌지만, KB금융은 LIG손보 인수 승인과 함께 윤종규호가 출발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재 현대해상·동부화재와 업계 2위 경쟁을 벌이는 LIG손보로서도 2위권 선두는 물론, 업계 1위인 삼성화재 추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LIG손보의 지난 10월 기준 총자산은 22조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1500억원을 넘는다. 시장점유율에 있어서는 현대해상이나 동부화재보다 다소 뒤처져 있다. 그러나 LIG손보와 KB금융이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2위 자리를 수성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LIG손보가 ‘KB’ 브랜드 파워와 점포의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영업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더불어 LIG그룹 사태와 오너리스크 등으로 3년간 성장이 정체된 LIG는 당장 내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