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 만에 2호 반도체펀드를 만든다. 1500억원 규모로 팹리스, 장비, 재료, 부품 등 반도체기업에만 투자하는 전문 펀드다. 1호 펀드는 30개사에 925억원을 투자해 업계에 든든한 자금줄이 됐다. 일부 업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도 성사됐다. 2호 펀드가 이 효과를 이어가야 한다.
2호 펀드는 특히 수요기업 참여가 1호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독려할 방안을 찾는다. 수요기업이 출자하는 금액 자체는 정책자금보다 적은 편이다. 그러나 참여 자체가 중소·벤처기업에 큰 힘이 된다. 수요기업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투자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벤처 투자에서 외면을 받는 업종이다. 반도체펀드에 정책자금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펀드도 투자 회수와 수익률을 따져야 하지만 수요기업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 될성부른 기업을 골라내는 안목도 있다.
요즘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파죽지세로 성장한다. 자국 스마트폰 업체 성장에 힘입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중국 팹리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대만 업체가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중국업체는 시스템반도체 성공을 발판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도 꾀한다. 중국 업체 공세에 대비하려면 우리도 전문업체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기존 업체라면 몸집을 키워야 하며 신규 창업도 이어져야 산업 체질이 좋아진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요즘 호황을 누린다. 여유자금도 크게 늘었다. 이 자금을 한국 반도체산업 약점인 시스템반도체와 장비, 재료, 부품 등 후방 산업 육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후방산업이 튼튼해야 삼성과 SK하이닉스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조 단위 설비투자와 비교하면 반도체펀드 투자액은 푼돈에 가깝다. 반도체 생태계를 직접 만든다는 차원에서 수요기업들이 이 펀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