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자동차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장치(SBR) 장착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새해부터 국제 기준 제정 작업이 본격화한다. 특히 이 작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예정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25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 ECE)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ECE 자동차기준조화포럼(WP 29) 총회에서 이 같은 안건을 공식 제안했다.
국토부는 이번 총회 충돌안전분과(GRSP)에서 이 안건을 발표했고, 이후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과 공조해 내년 3월 열리는 WP 29 총회에서 전체회의 상정을 추진한다. 안건이 채택되면 GRSP 차원에서 규정과 조문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국가 간 의견조율을 거쳐 WP 29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
기준 제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2년 정도로 전망된다. UN ECE WP 29의 자동차 관련 국제 규범은 공식 회원국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가 자국 안전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EU와 일본이 우리나라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추진 전망도 밝다. 특히 EU는 우리나라 발표 직후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표 직후 EU 집행부가 우리나라 대표단을 찾아와 이 안건을 함께 추진하자는 뜻을 밝혔다”며 “EU 집행부는 이미 일본과 같은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혀 우리나라 제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재해율이 높은 것이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84%지만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19%에 불과하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안전벨트 미착용 시 중상 확률은 약 89%, 사망 확률은 약 8% 높아진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뒷좌석 승객이 앞좌석을 향해 튀어나갈 경우 앞좌석 승객이 2차 피해를 당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신차안전도 평가 시 뒷좌석 SBR 장착 차량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뒷좌석 SBR를 국제 수준에서 의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벨트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고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라며 “뒷좌석 SBR 장착 의무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제안서에 담지는 않았지만 안건 발표 시 뒷좌석 탑승객 중 어린이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어린이 안전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이번 회의 기조와 맞아떨어져 호응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