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영홈쇼핑, 창조경제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마지막 퍼즐

[이슈분석]공영홈쇼핑, 창조경제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마지막 퍼즐

‘유통의 독과점’이 창조경제 실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예비창업자가 어렵게 아이디어·기술 상용화에 성공해도 이를 알릴 만한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NEST) 회원 252명을 대상으로 상품 유통채널이 충분한지 질문한 결과 ‘별로 없다’(31.8%)와 ‘거의 없다’(5.6%) 등 부정적인 답변이 37.4%에 달했다. ‘보통’도 34.9%였다.

창업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충분한지 수치화하는 질문에도 100점 만점에 49.7점을 줬다. 50점을 밑도는 낮은 점수였다. 창업자의 대표적인 고충(복수응답)으로도 ‘판로개척’이 60.3%로 ‘자금조달’(61.1%)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의 판로개척 어려움은 매우 크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아 문을 닫는 일이 허다하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른다. 정부 창업자금과 개인 자금을 긁어모아 어렵게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이에 버금가는 자금이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는 사례다.

정부가 판로개척 한계 극복 카드로 꺼낸 것이 바로 공영홈쇼핑이다. 예비 창업자를 비롯해 모든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 가장 희망하는 유통 채널은 바로 TV홈쇼핑이다. 회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알리는 효과가 크고 판매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재 TV홈쇼핑 여섯 곳에 제품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례로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TV홈쇼핑업계에 제안한 중소기업 제품 가운데 실제로 방송에 성공한 사례는 4.2%에 불과하다. 중기유통센터가 선별한 100개 상품 가운데 고작 4개 정도만이 실제로 방송된 셈이다. 더욱이 TV홈쇼핑에서 소개되는 중소기업 제품 가운데 절반가량은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낮은 인건비로 생산해 국내업체가 단순히 유통만 한 제품이 상당수라는 지적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TV홈쇼핑에서 소개되는 중소기업 제품 원산지를 보면 절반가량이 중국”이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R&D) 결과물이 아닌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정부가 승인한 방송채널에서 국산품이 아닌 중국 제품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다한 판매수수료도 문제다. 각계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도 좀체 TV홈쇼핑업체들의 판매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은 없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CJO·GS·현대홈쇼핑 등 TV홈쇼핑 여섯 곳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0%다. 이는 2012년 33.9%, 지난해 34.3%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대기업(32.3%)보다 중소기업(34.4%)에서 더 높은 수수료율을 받고 있다. 약자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 셈이다.

중소기업체가 체감하는 수수료율은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TV홈쇼핑사가 상품배송료, 게스트 출연료, 사은품 비용, 할인 비용 등을 상품 판매기업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체감 수수료율은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과 비교해 크게 높다. 2012년 기준으로 백화점은 29.2%였으며 대형마트는 5.1%, 인터넷 오픈마켓은 6~7%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섯 곳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시장구조다 보니 불공정거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TV홈쇼핑업체와 상품공급업체 간 부당한 거래관행이 고착화되고 이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공정위 제재 건수는 시정명령만 14건에 과태료도 5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은 TV홈쇼핑을 지속적으로 노크하고 있고 이는 TV홈쇼핑의 ‘갑의 횡포’로 이어지고 있다.

새해 6월 출범 예정인 공영홈쇼핑은 이런 기존 TV홈쇼핑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간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셈이다.

이정구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진흥정책관은 “스타트업·벤처, 영세 중소기업 등 신규 TV홈쇼핑 수요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려면 납품업체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추고 공정거래 관행 정착을 선도하는 등 공익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운영되는 TV홈쇼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유통에서의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용화하고, 이를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그 카드로 공영TV홈쇼핑을 꺼내들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TV홈쇼핑은 일반 소비재를 만드는 벤처기업에는 꿈과 같은 유통 채널”이라며 “공영TV홈쇼핑이 이들 벤처기업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