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월드클래스300 기업 10곳 중 1곳 글로벌 특허 `0건`

[이슈분석]월드클래스300 기업 10곳 중 1곳 글로벌 특허 `0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특허’에서 나온다. 이른바 특허경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 강소기업 10곳 중 1곳 이상은 해외특허가 한 건도 없고 올해 선정된 월드클래스 기업 중 2곳은 국내, 해외 특허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특허조사분석업체 윕스(대표 이형칠)에 의뢰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선정해 지원한 ‘월드클래스300’ 기업 156곳 중 해외 특허가 한 건도 없는 업체는 1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A사와 S사 두 곳은 국내외 특허가 한 건도 없었다.

수출기업으로서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선정된 기업체임에도 10곳 중 1곳은 시장의 공격에 대응할 무기가 없는 셈이다. 해외특허가 없거나 부실하다는 사실은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즉각적으로 특허 소송 공격을 받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조사결과 해외 특허가 0건인 17곳의 월드클래스300 기업 중 10곳이 기계전자 및 ICT 기업이었고 금속 부품을 다루는 기업이 3곳, 섬유 관련 기업이 3곳이었다. 이외에 해외특허가 10건 미만인 기업도 52곳이나 돼 하위 30%가량을 차지했다.

156개 기업 중 특허경영을 가장 왕성하게 하고 있는 기업 1위는 지난 2012년에 선정된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로 나타났다. LED 소자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국내특허 1124건, 해외특허 1728건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해외시장 개척의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반도체는 총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고 특허확보와 응용제품 개발 등으로 LED업계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진쎄미켐(대표 이부섭)의 경우 해외특허 1356건, 국내특허 891건을 출원했다. 지난 1973년에 설립돼 40여년 간 기업이 영속돼 왔으며 인도네시아, 중국, 대만에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ALD공정 장비를 생산하며 국내서만 1198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해외 806건을 출원, 선도기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윕스 관계자는 “지식재산(IP) 자산으로 무장한 공격적인 연구개발이 주성엔지니어링의 무기”라고 말했다.

이외에 가스보일러를 만드는 경동나비엔(대표 최재범)도 국내 특허 497건, 해외 특허 449건으로 상위권에 속했다.

분야별로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골프시뮬레이터를 만드는 골프존이 국내 151건, 해외 288건으로 두드러졌고 알티캐스트(국내 248건, 해외 168건)도 시선을 끌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월드클래스300 중 유일한 게임 기업으로 국내 32건, 해외 3건의 특허 출원 성적을 보유했다. 디스플레이는 엘엠에스(국내 189건, 해외 155건), 전자IT부품 분야는 에이스테크놀로지(국내 530건, 해외 452건)가 양호한 특허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금속소재는 일진머티리얼즈(국내 78건, 해외 124건), 자동자부품회사는 에스엘주식회사(국내 428건, 해외 208건)이 눈에 띄었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장벽 외에도 투자장벽 등 다른 요인도 얼마든지 있고 브랜드 같은 무형의 자산으로 유지될 수 있어 완전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수출 기업이 해외 특허가 없다는 점은 위태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승태 중기청 기업혁신지원과 사무관은 “그동안 특허 출원건수 등을 월드클래스300 선정기준에 넣고 기술 경쟁력 전반을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해 왔지만 특허의 질적 심사 등 종합적인 기준이 부족하다고 판단, 내년부터 ‘R&D 기획’을 필수 심사기준에 적용해 IT특허 분석과 해외 특허소송 회피전략 수립 등을 평가할 계획”이라며 “특허 경쟁력이 미흡한 기업은 2년에 한 번씩 재심사를 거쳐 자격을 거두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드클래스300 사업은 지난해부터 산업부에서 중기청으로 이관됐다. 새해 1월 시작될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은 산업부의 글로벌전문기업 사업과 통합해 공고될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