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육성, 보조금에서 시장경쟁으로

정부의 에너지산업 육성 정책이 보조금과 규제 등 직접적인 시장 개입 정책에서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 개념을 도입하고 민간기업의 참여 여건을 조성해 에너지 신산업 부문 예산 지출을 줄이고 성과는 높이기 위함이다. 업계는 새해 도입되는 에너지효율 투자 시범 사업과 관련 기존 보조금 위주의 정부 에너지 정책이 시장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에너지효율 투자 시범사업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인버터 등 시설물에 고효율 에너지 기기 도입하는 사업에 기존 보조금 지원을 경매와 성과금 방식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그동안 품목별로 정해진 보조금을 지원하던 것에서 프로젝트별 경쟁력에 따른 경매와 실제 전력 절감량 만큼 성과금이 주어지는 게 특징이다. 사업 주체인 에너지관리공단과 한전은 29일 이를 공고하고 새해 1월부터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 본격적인 제도 시행 준비에 나선다.

업계는 이번 경매와 성과금 제도 도입이 지난 11월 개설한 수요자원 거래시장과 유사한 효율 자원 시장이라는 평가다. 수요관리가 실제 사용하는 전력을 당일 전력피크 상황에 따라 감축하고 성과금을 받는다면 효율자원은 평시 전력사용 총량을 줄인 것에 대한 성과금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 전력 감축으로 수요자원과 효율자원의 두 가지 시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에너지산업 전반에 시장 개념 도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산업에 시장 개념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 전력시장이 분리, 발전사들의 생산전력 입찰이 시작되면서다. 이후 2012년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의무제도가 도입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금의무화제도(RPS) 시장으로 전환됐고, 수요관리도 올해 민간사업자들이 고객들을 모집해 감축량을 판매하는 거래 제도가 도입됐다. 신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모두 종전에는 보조금으로 지원 정책이 펼쳐졌지만 예산 문제 탓에 시장 제도로 전환됐다.

에너지효율 투자 시범사업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정부가 농어촌·저소득층·공공시설을 제외한 LED 교체 사업에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에너지 효율기기에 대한 지원 예산을 감축하면서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장 개념이 적용됐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제도도 지원 품목을 줄이는 대신 등록 기준을 완화해 새로운 기업 참여의 문을 넓히고 있다. 당장 새해부터 기술 난이도가 낮은 삼파장 무전극램프가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오는 2016년에는 LED, 2017년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지원받지 못한다. 민간 자금 활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지원보다는 각종 기준을 낮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시장 개념 도입을 통해 에너지효율 사업이 보다 내실을 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프로젝트와 경쟁하기 위해 보다 에너지 감축 효과가 높은 사업을 기획하고 그에 따른 성과금 지급으로 투자회수 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보조금을 통한 단편적인 육성 위주에서 민간기업 참여와 시장을 통한 효율성 제고로 점점 바뀌고 있다”며 “산업계도 과거보다는 내실 있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