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너 체재 연착륙, 석화·태양광에 달렸다

지난 2010년 G20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실장
지난 2010년 G20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실장

김승연 회장 복귀와 장남 김동관 상무의 임원 승진으로 한화 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 삼성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 상무는 지난 2010년 매니저로 입사한 뒤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5년 만에 초고속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2남, 3남 동원씨와 동선씨도 올해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 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오너 경영 체제 원년을 맞이하는 새해를 한화 제2의 도약 시점으로 내다보지만 이들 부자 앞에 높인 과제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석유화학·태양광 사업은 오너 체제 안착을 위해 반드시 궤도에 올라서야 하지만 최근 저유가, 시황 부진이라는 파고가 만만치 않다.

◇덩치 불린 석유화학…독 될까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해 석유화학 부문 연결 매출 18조원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주원료인 나프타 구매력이 상승했고 방향족,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현재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시황이 악화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삼성종합화학이 보유한 연산 200만톤 테레프탈산(TPA)은 주 시장 중국의 자급률이 100%를 넘어선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게다가 중국은 연산 1000만톤 이상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해 삼성종합화학의 체격으로 맞서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토탈이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하반기 완공한 파라자일렌(PX) 설비 역시 공급과잉에 직면하면서 차입금 상환 부담이 크다. 지난해 톤당 1500달러였던 PX 가격은 최근 900달러까지 하락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동안 추가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조원의 인수 비용과 삼성토탈의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까지 이중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PX와 TPA 시황이 악화되고 있어 단기간 경영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운명, 솔라원에 달렸다

김동관 상무가 진두지휘하는 태양광 사업은 한화의 가장 큰 잠재력이자 리스크라는 평가가 따라왔다. 특히 지난 2010년 인수해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솔라원은 한화 태양광 사업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솔라원은 세계 최대 태양광 수요국가인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정작 중국내 영업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판매량의 절반 53%를 일본에서 거둔 반면에 중국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대안인 미국, 유럽 시장은 반덤핑 규제와 쿼터제로 시장 진출에 제약이 따른다.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기업이 받는 규제에 모두 노출됐다.

최근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따르는 어려움은 일부 해소됐지만 한화큐셀과의 경쟁력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 상태다. 한화큐셀·한화솔라원 합병으로 한화 태양광 사업은 외형 면에서 셀 생산능력 3GW를 넘어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한화솔라원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합병으로 인해 얼마나 해소될지가 태양광 사업 회복의 열쇠다.

업계 관계자는 “솔라원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신규 시장 개척과 발전 사업 발굴”이라며 “새해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가 나올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